지난 10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남한산성에 위치 한 한경직 목사님의 우거처를 찾았다. 한경직 목사님 (1902~2000)은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분이다. 평안남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 로 태어나 1945년 해방 후 영락교회를 설립해 부흥을 이 끌었고,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교육과 사회봉 사에도 앞장섰다. 한 목사님은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 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는 데, 그 상금 전액을 북한의 구호와 선교를 위해 바치 는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나 눔에 바친 분이셨다. 우거 처는 한 목사님이 말년에 거주하던 작은 집으로, 화 려함 대신 청빈과 소박함 이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미리 예약하지 않았 음에도 나는 우거처의 곳 곳을 둘러보며 목사님의 겸손한 삶의 흔적과 그분 이 남긴 가치를 느낄 수 있 었다. 오래된 나무 책상과 단출한 식탁, 낡은 휠체어 는 목사님의 단순하면서도 충만한 삶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목사님의 저서 『나의 감사』에는 그의 삶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문이 있다. “나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생각 하다가 떠오르는 말이 ‘감사’였다. 올해로 내 나이 80인 데,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가슴에 사무치는 것을 한마디 로 표현하자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격스럽습 니다’이다. 몇 번이고 말해도 부족한 ‘감사합니다’가 나의 진심 어린 고백이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크 고, 너무 넓고, 너무 높고, 너무 길고, 너무 위대하다.” 지나온 삶을 회고하며 끊임없이 “감사”를 되뇌었다 는 목사님의 고백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우거처의 작 은 소품 하나에도 목 사님의 소박한 일상과 감사함의 마음이 녹아 있었다. 그곳에 서서 나는 “몇 번이고 말해 도 부족”하다는 “감사 합니다”의 의미를 곱 씹어 보았다. 내 삶을 돌아보 니 역시나 감사할 일 이 가득했다. 살아있 음에 감사하고, 가족 모두가 건강함에 감사 하고, 내게 맡겨진 일 을 할 수 있음에 또 감 사하다. 법무사로서 누군 가의 아픔을 해결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은 축복이자 크게 감 사한 일이 아닐 수 없 다. ‘감사’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평범한 일상 속 에서의 “감사합니다”가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고, 하나님 의 크고 넓고 높고 길고 위대한 은혜가 아닐까. 오늘 하루도 살아 숨 쉬는 것에 감사하며, 내게 주 어진 하루를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며 보내고 싶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 인생의 명문구 김영표 법무사(서울중앙회) “몇 번이고 말해도 부족한 ‘감사합니다.’” - 한경직 목사의 『나의 감사』 중에서 97 2025. 01. January Vol.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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