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2월호

“일주일 안에 유상증자등기 해 달라”, 다급한 요청 2022년 12월 21일. 거래처인 경영컨설팅 업체로부 터 전화가 왔다. 컨설팅하고 있는 한 업체의 증자등기를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증자의 효력 발생일을 늦어도 2022.12.30.까지로 맞춰서 등기를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2022년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2023년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다소 갑작스럽고 다급한 요청이었다. 실질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시간은 근무일(Working Day)로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12.30.까지 가능 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일단, 컨설팅 업체로부터 해당 업체(이하 “A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 주주명부, 정관 등의 기본 자료를 받아 서 검토해 본 후 대표이사의 전화번호를 받아 직접 통화 를 했다. 대표이사는 “직접 만나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당 장 사무실로 오겠다고 했다. 보통은 전화로도 상담이 충 분히 가능한데,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도 다급한 것 일까? 부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궁금증도 커졌다. 다음 날인 12월 22일, A회사 대표이사는 11시 약속 임에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회의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나는 오전에 꼭 접수해야만 하는 등기사건이 있어 조금 만 기다려 주십사 부탁을 했는데, 대표는 “너무 일찍 와 죄송하다”며,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 천천히 일 보시라” 고 답했다. 얼마나 다급하고 절실하면 아침 일찍 달려와 기다 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후덕한 풍채의 신사 분이 왠지 작고 목마른 사슴처럼 느껴졌다. 11시가 되어 사무 실에 돌아오니 그가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라며 오렌 지 주스 박스를 건넸다. ‘매너가 참 좋은 분이시네’ 하는 생각과 고마운 마 음에 나도 A회사의 사건을 잘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으 로 상담을 시작했다. 철강 제조업 A사, 중국의 저가공세에 시장에서 도태 위기 A회사는 2007년 설립되어 이미 업력 15년이 넘은 회사였다. 주 업무는 배관 및 플랜트 공사이고, 쿨링 장 치 등도 함께 개발, 제작해 국내외에 판매하거나 무역을 하는 회사였다. 주로 철강을 사용해 일을 하다 보니, A회 사에게 그 원료가 되는 철강의 질이나 가격은 매우 중요 한 이슈였다. 그러나 철강 생태계에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시작 하면서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A회사뿐 아니라 다른 철강 관련 업체들 또한 몇 년 전부터 매우 힘든 상태에 놓였다. 중국 업체들은 턱없이 값싼 철강가격을 활용하여 우리나 라에 배관, 플랜트 등의 제품을 마구잡이로 수출했다. 국내 제조업체의 70%가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한 피해 영향권에 있다는 언론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A회 사의 상황을 듣자니 심각한 현실이 실감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차 전지, 섬유, 철강 등의 주요 산업에서 중국제품의 시장 잠 식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이 다수 확인 되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매우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A회사는 점점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매출 채권의 집행이 미뤄지면서 미수금이 계속 쌓여갔다.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사재를 털어 회사의 수입으로 집어넣는 달이 늘어만 갔다. 회사 설립 후 꾸준히 상승하던 매출은 5~6년 전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과 2022년에 이르러서는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11 2025. 02. February Vol.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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