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들 중에는 다양한 사회적 경력을 가지고 활 동하는 분들이 많다. 회계사, 세무사, 행정사, 가맹거래사, 사회복지사, 경찰, 소방관 등 그간 본 지면에서 소개해 온 다양한 경력의 법무사들이 그 실례가 될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법무사도 아주 특별한 경력의 소유 자다. 어쩐지 “법”과는 한참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의료계 경력, 바로 간호사 출신의 법무사다. 주인공은 올해로 2 년차가 된 안진희 법무사(36·경기중앙회). 그는 성신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소재 왕립병원(King Abdulaziz Medical City)에 서 간호사로 일한 재원(才媛)이었다. 그런 그가 잘나가던 간호사를 그만두고, 2023년 법 무사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의 의 천사가 법률가로 변신한 데는 분명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 터. 새해 1.14.(화), 필자는 성남시 금광동 성남지원 앞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간호사, 천직으로 삼기에는 너무 고된 업무 환경 “간호학을 전공하고, 간호사로 활동하면서 이런저 런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사우디아라비아 왕립병원에 취직한 선배가 한국보다 업무환경이 더 좋다고 해서 저 도 고국을 떠나 그곳에서 1년간 일하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간호사라는 직업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 어요. 그래서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생각하다가 공 무원 시험을 알아보았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 간호사가 법원공무원의 업무 만족도가 높다면서 한번 도전해 보라 고 하더군요. 그래서 법원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 고, 이후 법무사시험까지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4년 동안 간호학을 공부했고, 2011년 인기 TV드라마였던 「브레인」 속 수간호사의 모습을 보 고 투철한 프로의식을 가진 간호사의 꿈을 키웠다고 했 다. 그런 그가 결국 자신이 간호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 론을 내렸다니 조금은 의아했다. 오랜 꿈과 현실 사이에 많은 괴리가 있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제가 원했던 삼성서울병원에 입사해 무 척 기뻤어요. 그런데 막상 간호사 일을 하다 보니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업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간호사는 환 자와 보호자, 담당의사, 방사선사, 검사실 등 다양한 사람 들과 소통하고, 그들 사이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 의 입장을 잘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 3교대로 일하는 시스템이라서 자신의 업무를 다 음 교대 간호사에게 인수인계를 잘 해줘야 하고요. 이 모 든 일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 박 때문에 늘 초조하고 불안했어요. 체력적으로도 화장 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고,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 해야 하니 퇴근시간이면 온몸이 녹초가 되었죠.” 물론, 환자들을 돌보는 보람도 있었고, 퇴근 이후에 는 걱정 없이 쉴 수 있으며, 연달아 휴가를 써서 해외여 행을 다닐 수 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 지만, 10시간 일하면 10시간 내내 온몸이 소진되는 것 같 은 긴장된 업무에 대한 불안과 자책감으로 그는 결국 간 호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자니 종합병원에서 늘 마주치는 간호 사들이 얼마나 힘든 업무를 하고 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안 법무사의 사무소는 먼지 한 톨 없을 만큼 깔 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이런 깔끔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오류 없이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 와 자책감을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법무사는 지난해 「간호법」 분쟁 당시 “간호사를 천직으로 삼기에는 업무 환경이 너무 고되다”며 “간호사 들의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간호법」의 취지를 살려 달 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었다. 그간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간호학에 전념했던 한 인재가 간호복을 벗게 된 실례를 접하니 얼마나 심각 한 문제인지가 실감되었다. 이제는 「간호법」이 제정되어 53 2025. 02. February Vol.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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