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2월호

“OO씨, 오늘 너무 예쁘다. 무슨 중요한 약속 있어?” 사무실에 출근하자 옆 자리 선배가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으세요? 아니면 불쾌하세요? ‘예쁘다’라는 말은 칭찬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칭찬에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선의가 들어 있습니 다. 즉, 좋은 의도로 건네는 말이죠. 칭찬을 하면 상 대방도 당연히 좋아할 거란 기대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상대방은 불쾌하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칭찬을 건넨 사람으로서 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죠. 같은 말도 누군가에겐 칭찬이지만, 누군가에겐 불쾌한 말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요? ‘외모에 대한 평가’를 터부시하는 요즘의 시대정 신이 반영된 것입니다.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가 드러 나면서 ‘미에는 기준이 없다’는 시대 분위기가 형성 됐죠. 미의 기준은 서로 다른데 누군가가 개인의 기 준으로 남의 외모를 평가하는 건 불쾌한 일이 됐습 니다. 이렇게 시대 흐름에 따라 긍정적으로 사용하던 말이 누군가에겐 불쾌한 말로 변하기도 합니다. 혹자 는 ‘예쁘다는데 왜 기분 나빠해? 너무 예민한 거 아 니야?’라고 불평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단어 하 나에 예민해진 것이 요즘 시대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고객상담에서 해야 할 말은? - 시대정신을 담은 말 이런 일은 고객과의 상담에서도 일어납니다. 상담을 위해 사무실에 남자 의뢰인이 방문했다고 합시다.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였죠. 법무사는 친절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말합니다. “어서 와. 아빠랑 함께 왔구나? 엄마는 회사 가셨니? 여기 앉으렴.” 그런데 이 말은 들은 아이와 의뢰인이 당황해합니 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그 아이는 부모님이 이혼한 한 부모 가정이었던 것이죠. 요즘 이혼율이 오르면서 한부모 가정도 많아져 당연히 엄마, 아빠가 다 있다는 가정 하에 말을 하는 건 위험한 일이 됐습니다. 나는 좋은 의도로 말을 했더라도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이런 오해로 갈등이 생기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니, 당황스러우신가 요? 이쯤 되니 ‘말하기가 무서워진다’는 분들도 많습니 다. 실제로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말을 줄이는 사 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후배들로부터 ‘잔소리 한다’, ‘꼰대 같다’는 비난을 피하려 입을 닫는 리더들이 느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착한 대화 콤플렉스』라는 책에서는 ‘내 선의가 무 례가 될까 봐 침묵을 선택해 버리는 목소리’를 ‘착한 대 화 콤플렉스’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런 시대에 고객과의 상담마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데요, 상담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말’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시대정신’을 담은 말을 사용하는 겁니다. “시 대정신(Zeitgeist)”이란, 어떤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 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를 의미합니다. 앞서 말한 ‘예쁘다’란 단어가 과거와 다른 의미까지 내포하게 된 것 이 시대정신을 담은 것이죠. 그럼 지금의 시대정신은 도대체 뭘까요? 정답이 있 는 건 아니지만, 최근 많이 회자되는 개념들을 종합해 보 면 ‘존중’으로 귀결됩니다. 개개인의 다름을 틀렸다고 판단 하지 않는 것, 나와 취향이 달라도 함께 어울리려 하는 것, 나이를 따지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조직 문화 등 이 바로 ‘존중’이라는 시대정신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죠. “예쁘다” 는 칭찬? 67 2025. 02. February Vol.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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