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대 일본 근대화의 틀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 진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서양에서 정립된 여러 개념을 동북아시아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로 번역하는 과 정에서, ‘Democracy’를 처음에는 ‘하극상(下剋上)’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국민 또는 백성이 권력을 갖고 국가의 통치체제를 국민과 백성의 의사에 따라 운영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 동북아시아 국가의 시대상을 고려하면, 일반 백성들이 국가 의사를 결 정하는 모습을 ‘하극상’으 로 인식하였던 것도 이해 할 만한 일이다. 물론 나중에는 “민주 (民主)”라는 한자어를 사 용했다지만, 이러한 사례 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에서 그 개념을 이해 하고 사용하는 것이 얼마 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서양에서도 “민주”와 국민주권 통치체제에 대 한 성찰과 철학적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민주주의의 실현은 법과 제도를 통한 질서의 완성 과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는 과정 이 필수적임을, 역사적 경 험은 일깨우고 있다. 그렇다면 법의 목적과 이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무 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법 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이 『권리를 위 한 투쟁』에서 역설한 문장이 떠오른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 다!” 법을 처음 배우던 20대 초반의 젊은 법학도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문장이었다. 8·90년대 혼란스러운 당 시의 정치적 상황에서 글의 간결함과 단어의 힘에 매료 되어 나름 지식인인 척 현학적 태도로 흔히 인용하곤 했 던 문장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앞 선 역사를 살아왔던 선구 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는, 계엄이라는 비정상적 사태에서 제 역할을 다하 지 못할 수 있는, 무기력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러나 군인들이 국회에 침 입하는 위기 속에서도 우 리 국민은 맨몸으로 저항 하며 계엄 해제를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은 예링이 말한 “권리를 위한 투쟁”이 2024년 대 한민국 정치현실에서 재 현된 것이었다. 아직도 ‘Democracy’를 ‘하극상’ 으로 이해하는 일부 위정 자들을 향해 국민이 부르 짖은 이 저항의 목소리는 곧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위 한 투쟁이었다.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방관자에 불과한 나에 게 또 하나의 가슴 깊은 울림이 되었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 인생의 명문구 김광수 법무사(대전세종충남회) “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 -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중에서 71 2025. 02. February Vol.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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