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주곡 내림 마장조(Trumpe Concerto in E flat Major, hob.Ⅶe:1)’ 중 3악장 ‘알레그로’, 그리고 참가자들이 분홍 빛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증명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 1825-1899)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가 대표적이다. 아쉽게도 시즌 2에서 더 이상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 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황동혁 감독이 이탈리아의 오 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 ‘루카’에서 「오징어 게임 2」를 홍보하며 언급한, 매우 중요한 클래식 명곡이 초반에 등장 한다.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속 유명 아리아다.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베르디, 로 시니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로, 그 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의 가상 왕국을 배 경으로 한다. 푸치니는 1924년 인후암으로 투병 중에도 『천일야 화』에 등장하는 ‘칼라프 왕자와 중국 공주 이야기’를 바 탕으로 작곡한 『투란도트』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끝내 완 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후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주 도로 다른 작곡가가 이를 완성했고, 1926년 초연되었다. 투란도트 공주의 생존 게임과 승전곡 「아무도 잠들지 말라」 ‘투란의 딸’이라는 뜻의 『투란도트』는 남성을 혐오 하는 투란도트 공주가 청혼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 를 내고, 맞히지 못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내용으로 시작 된다. 먼발치에서 투란도트의 차갑지만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이국의 왕자 칼라프는 호기롭게 그 살인 게임에 도 전한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갯빛 으로 날아다니는 환상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 고, 아침이 되면 사라졌다가 밤에 새로 태어난다. 이것은 무엇인가?”, 두 번째 수수께끼는 “불꽃처럼 타오르나 불 꽃은 아니고,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승리를 꿈꾸면 뜨거워지며, 그 색은 석양처럼 붉다.”, 마지막 수수께끼는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 락하면 그대는 노예가 되고, 그대를 노예로 삼으면 그대 는 왕이 된다.”였다. 칼라프는 각각 ‘희망’, ‘피’, 그리고 ‘투란도트’라고 답 하며, 모든 수수께끼를 맞힌다. 하지만 충격에 휩싸인 공 주는 결혼을 거부하고, 칼라프는 공주에게 “내 이름을 맞히면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공주는 아무도 잠들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왕 자의 이름을 알아내려 하는데, 바로 이 장면에서 칼라 프가 부르는 아리아가 “공주는 잠 못 들고”라는 제목 으로 잘 알려진, 「아무도 잠들지 말라」, 즉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을 모으는 일명 ‘딱지맨 (공유 분)’이 등장하는데, 그는 사람들과 딱지치기를 해 서 이기면 뺨을 때리고 지면 돈을 주며 그들을 유혹하는 역할을 하는 영업사원이라 할 수 있다. 딱지맨은 시즌 2에서 성기훈의 의뢰로 그를 뒤쫓는 사채업자 두 명을 붙잡는데, 그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서로 마주 보며 묶인 채로이다. 딱지맨은 서로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를 해서 이기 는 사람은 살려주고 지는 사람을 자신의 총에 맞아 죽는 아주 간단한 게임을 하겠다며, 살아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 아닌 제안을 한다. 이 장면에서 딱지맨이 LP로 음악을 재생하는데, 「아 무도 잠들지 말라」가 흘러나온다. ‘가위바위보, 하나 빼 기’ 게임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아리아 속 마지 막 가사 ‘빈체로(Vincero)’, 즉 ‘이기리라!’가 울려 퍼진다. 칼라프 왕자가 새벽이 밝아오면 투란도트 공주와의 게임에서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결의를 다지 는 이 노래는, 「오징어 게임」 전체를 통괄하는 잔혹한 서 바이벌 게임과 가장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클래식 명곡이 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79 2025. 02. February Vol.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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