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3월호

“수임료가 좀 비싸지만 확실하게 해주실 것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자주 듣고 싶 은 말일 겁니다. 가격이 고정돼 있지 않은 시장에서 이 같은 말을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의뢰인이 ‘견적 쇼핑’을 그만둘 정도로 법무사 인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신뢰(信賴)라는 한자어를 풀어보면 ‘믿고 맡긴다’라는 뜻이니까요. 과거엔 신뢰라고 하면 도덕적 논리로만 받아들 였는데요, 요즘엔 신뢰가 실질적인 경제 가치를 만 들어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우세해졌습니 다. 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핵심가치로 신뢰를 내세우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닌 거죠. 사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의심 하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 어쩌면 사람 사이에서 가 장 어려운 일이 신뢰를 얻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 보아온 관계도 작은 말실수 하나로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반 대로 처음 보는 관계이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 술수 부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일 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 어낼 수 있을까요? 어떤 조건을 갖춰야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을 까요? 신뢰의 2가지 조건 – 유능함과 따뜻함 전 세계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0가지가 넘는 인간의 행동 특성 중에 특히 이 두 가지 행동이 다 른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고 하는데요. 그건 바로 ‘유능함’과 ‘따뜻함’입니다. 긍정 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갖게 되는 인 상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특성이 라고 합니다. 고객이 나를 유능한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본다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적임자로 ‘믿고 맡기게’ 되고, 반대로 유능하지 못한 사람, 따뜻하지 않은 사람으로 본 다면 반감을 갖고 돌아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의문이 들죠. 유능함과 따뜻함 은 서로 대비되는 인상을 주는데 이 둘의 조합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물음표가 떠오르게 됩니다. 유능함은 ‘확실 하고, 틀림이 없고, 똑 부러지고, 빈틈이 없다’는 느낌이 고, 따뜻함은 ‘다정하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기꺼이 도 와주려 한다’는 느낌이니까요. 유능함의 인상이 강하면 따뜻함은 약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가 쉽고, 반대로 따뜻함의 인상이 강하면 유 능함은 약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건 다들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 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을까요? 유능함 & 따뜻함을 모두 보여주는 방법 - “정중함” 답은 다름 아닌 ‘정중함’에 있습니다. 크리스틴 포래 “신뢰”는 자산 1 이 연구는 2016년 발간된 크리스틴 포래스 교수의 저서 『무례함의 비용(Mastering Civility)』에서 소개된 내용으로, 정중한 환경이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 을 미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먼저,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상사와 동료를 둔 직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이는 업무 몰입도와 동기부여 상승 으로 이어진다. 또한, 조직 내에서 정중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직원들이 서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팀워크와 협업 능력이 향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무례한 환경에서는 직원들이 상사나 동료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경험을 심리적 부담으로 인식하며, 이로 인해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이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연구 참가자들에게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을 떠올리게 한 후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실험에서, 무례한 경험을 떠올린 집단 은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례함이 단순히 감정적인 불쾌함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인지 능력과 의사결정 과정까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67 2025. 03. March Vol.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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