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문명이 지상주의로 자리 잡으며 인문학이 점차 소멸해 가는 현대 사회는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불확실성이 만연한 이 시대에, 수천 년 전 노자가 전한 『도덕경』은 인문학의 본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춘추시대의 사상가이자 제자백가 사상의 시초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이 지향해야 할 바, 즉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道)에 대한 깊은 통 찰을 제시하였다. 석학들은 그의 사 상을 ‘백성들에게 억지 로 무엇을 강요하지 말 라’는 “무위자연(無爲自 然)”과, ‘권력과 재산을 더 가지려는 지나친 욕 망을 경계하라’는 “공수 신퇴(功遂身退)”로 요약 한다. 더 깊이 살펴보면, 노자는 인간의 언어, 개 념, 인식이 상대적이며, 모든 사물과 현상은 대 립적 관계 속에서 존재 한다고 보았다. 특히 강함보다는 약함, 단단함보다는 부 드러움, 높음보다는 낮 음, 채움보다는 비움을 강조하며, 억지로 무엇 인가를 이루려는 작위(作爲)를 경계했다. 또, 그는 명예와 이익을 향한 과도한 욕망을 비판하 며,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하게 다스려 일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통치자의 탐욕으로 인해 국가의 이름 아래 벌어지 는 일들은 결국 백성들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준다. 따 라서 통치자는 헛된 마음을 품지 않아야 하며, 지나치게 복잡한 명령과 법률을 시행하기보다 백성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노자의 통찰 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자연에 순응 하며 ‘자연스럽게’ 살아 가는 것이 장수의 비결 이라는 그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한 지혜라 할 것이다. 노자는 진정한 지 식인과 지혜로운 사람 은 결코 호언장담하지 않으며, 남들 앞에서 스 스로를 과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는 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 을 배려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며 온화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 다. 특히 “知者不言 言 者不知(지자불언 언자 부지), 아는 사람은 말 하지 않고, 말하는 사 람은 알지 못한다.”라는 그의 가르침은 인간 처세의 최고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말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는데, 이것이 필 자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되었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 인생의 명문구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 『힘들고 지칠 때 만난 노자』 중에서 71 2025. 03. March Vol.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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