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3월호

사망 1주기를 기리기 위해 작곡한 장례미사곡인데, 「진노 의 날」은 『레퀴엠(Requiem)』 중 심판의 날을 묘사한 곡 으로, 웅장함과 장엄함, 긴장감 등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또, 중증외상센터에 조폭 환자들이 밀려드는 장면 에서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아리아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 이처럼 시의적절하게 클래식 명곡이 등장하는 여러 장면 중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을 꼽는다면, 백강혁이 중 증외상센터 팀원들(양재원, 천장미)과의 회식을 위해 병 원을 나서는 장면이다. “TV드라마 속 의사처럼 잘생기고 능력 있는 의사는 없다”는 천장미의 말이 무색하게 이어지는 장면에서 정장 을 멋지게 차려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병원 밖으로 향하는 백강혁의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지나간다. 바로 이때 이탈리아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 (Pietro Mascagni, 1863-1945)’의 오페라 『이리스(Iris)』 의 세레나데 「창문을 열어주오(Apri la tua finestra)」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아름다운 세레나데의 선율이 비록 다른 의사들과 트러블을 일으키며 ‘미친개’라고 불 리고 있지만 의술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백강 혁의 맵시 있는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창문의 열어주오」, 아름답지만 계략이 숨어있는 세레나데 마스카니가 1898년 작곡하여 초연한 3막 오페라 『이리스』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이야기다. 작품 에는 순진한 소녀 이리스(Iris), 부유하지만 타락한 남성 오사카(Osaka), 그리고 그의 공모자 교토(Kyoto)가 등 장하며, 오늘날에는 가끔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어린 소녀 이리스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며,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오사카는 이리 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친구 교토와 함께 그녀를 유 혹해 납치하기로 한다. 오사카는 인형극을 미끼로 이리 스를 유혹하고, 공연에 빠져든 그녀를 납치한다. 한편, 교토는 이리스가 가출하여 환락가로 갔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찾아오지 못 하게 만든다. 그러나 오사카는 이리스가 세상 물정을 모 르는 순진한 아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그녀를 거리 공 연에 이용하려 한다. 거리에서 공연하던 이리스는 우연히 아버지를 만나 지만, 아버지는 그녀가 타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오해하 고 냉정히 외면한다. 절망한 이리스는 하수구로 몸을 던 지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이 슬픈 오페라에서, 오사카는 이리스를 납치하기 위해 인형극을 보러 오도록 유혹하며 감미로운 세레나 데를 부른다. 이 곡이 바로 매혹적인 멜로디와 선율이 돋 보이는 테너 아리아이자, 작품 속 가장 유명한 곡 중 하 나인 「창문을 열어주오(Apri la tua finestra)」다. “창문을 열어 나에게 마음을 열고, 영원의 나라로 함께 가 사랑을 받으며 살자”라는 내용의 이 노래는 사 랑의 노래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계략이 숨겨진 노래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현실의 외상센터, 이제는 굳게 닫힌 창문을 열어야 할 때 요즘 우리나라의 유일한 외상센터 수련기관이 예산 삭감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이어 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속 의사들은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불 속이라도 뛰어드는 헌신 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백강혁의 카리스마와 사명감 은 강렬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 백강혁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세레 나데 「창문을 열어주오」처럼, 우리 역시 굳게 닫힌 창문 을 열어야 할 때다. 외상센터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하고,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79 2025. 03. March Vol.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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