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3월호

따뜻한 대답 대신 “네”, “아니요” 등의 기계적인 답변만 하고, 대화는 점차 냉랭해져갔다. 민수 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애정이 식어가는 것 같 은 느낌과 자신이 보낸 금전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한국어 실력이나 의사표현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졌다. 어느새 코로나 시국이 지나가고 다시 하늘길이 열 린 2022년 3월, 민수 씨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곧장 베트 남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아내는 “한국으로 가겠 다”는 약속을 재확인해주었고, 민수 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 입국 4일 만에 사라진 아내, 연락두절로 행방불명 상태 같은 해 5월, 민수 씨는 비자발급 절차를 위해 지인 인 필자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의 비자 발급을 도와주기 로 하고 여러 가지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둘이 나눈 SNS 대화내용을 보게 된 필자는, 이대로 비자발급을 서 두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아내와의 한국생활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는 민수 씨와는 달리 아내인 흥에게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전 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오랜 기간 남편에게 한국어 공부를 위한 경 비를 지원받았지만, 한국어라고는 “네”, “아니요”의 단답 형 대답뿐이었고, 한국어 번역기로 돌린 “연락이 어렵다” 는 답변만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사랑에 푹 빠진 민수 씨에게 그 어떤 말 도 할 수가 없었다. 2022년 초겨울, 흥의 입국 날짜가 정 해졌다. 따뜻한 나라에 사는 아내가 한국에 오면 많이 추울 거라며 여자패딩은 어떤 게 좋은지 묻는 대화를 마 지막으로, 민수 씨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2024년 3월, 민수 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늘 밝고 생기 넘치던 그의 목소리는 축 처져 우 울함이 가득했다. “법무사님, 아내가 2022년 11월 20일 한국에 입국 한 지 단 4일 만에 제 짐까지 몽땅 챙겨 가출했어요. 그 러고는 1년 넘게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2년 전 필자가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 “아내가 2022년 11월 20일 한국에 입국한 지 단 4일 만에 제 짐까지 몽땅 챙겨 가출했어요. 그리고 1년 넘게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2년 전 필자가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민수 씨는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고 흥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그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SNS 메신저의 대화 기록조차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황법의 민생사건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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