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3월호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최근 두 명의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 그로 인 해 한 친구와는 6개월 정도 의절했다가 겨우 화 해하였고, 또 다른 친구는 계속 만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 도 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 겼다. 티격태격했던 친구는 앙금이 남았는지 냉대 했지만, 한때 의절했던 친구는 버선발로 반기며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해 주었다. 순간, 이 세상에 환한 빛이 비치며 친구에게서 하얀 날개가 보이 는 듯했다. 평소에는 잘 몰랐지만, 위기가 닥칠 때 ‘옥구슬’이 발견되기도 하고, ‘쭉정이’가 가려지는 것처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구 나.” 하고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 떤 경우에는 우리가 보고, 믿고, 듣는 것이 모두 달라질 수 있고, 기대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다가도 엉뚱한 곳에서 ‘잭팟’이 터지듯 하루아 침에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동안 멍하니 있는데, 마치 나는 가만히 있어도 전체가 물결치 듯 움직이는 듯한 느낌(feat. 뭉 크의 절규)이 들기도 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보 니, 누구를 너무 미워하거나 배 척할 필요도 없고, 티격태격했던 친구에게 섭섭 해 할 이유도 없었다. “다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동지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적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뜻밖의 동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네 관계였다. 결국 마음을 조금 비우고 살아가야겠 다고 스스로를 추슬렀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세상이 오히려 삭막해지고, 남을 헐뜯고 자기 잣대로 평가하며 상대를 사지로 내몰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적은 적이고, 동지는 동지였지만, 예 나 지금이나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 고받기도 하고,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함께 살아 가는 세상에서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이해의 폭 을 넓히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너나 나나 실수하기도 하지 만,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이며, 누군가에 게 아량을 베풀고 나눔을 실천 할 때 행복을 느낀다. ‘적’이든 ‘동지’이든 두 친구 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래도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 사하고, 감정의 움직임을 천천 히 조절하면서 조금씩 성숙해 져 가려 한다. 편집위원회 레터 박윤숙 법무사(서울서부회) · 본지 편집위원 Editor’s Let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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