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4월호

“여자 법무사님이세요? 꼭 여자 법무사님이어야 하 는데….” 2023년 어느 날, 상담실 문 밖에서 떨리는 목소리 가 들렸다. 마치 소녀처럼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무슨 일로 여성 법무사를 찾을까. 궁금해하던 중, 조용히 문이 열렸다. 단정히 손질한 머리에 작은 체구의 어르신이 부 끄러움과 긴장, 반가움과 서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들 어섰다. “안녕하세요…. 저… 법무사님, 제가… 상간녀 소송 을 당했어요.” 73세의 영자님(가명)은 상담의자에 앉자마자 눈물 을 터뜨렸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느닷없이 고백된 대형 사건. 더구나 70대 어르신이 상간녀 소송을 당했다니! 순 간 당황스러웠지만, 혹여 어르신에게 상처가 될까, 필자 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연을 듣기 시작했다. 남편의 후배가 성추행, 이후 날아온 상간자 위자료청구소장 영자님은 30대 초반경, 이미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 를 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새엄마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영자님을 걱정했던 남편은, 영자님에게 살 던 집(경기도 소재 2층 주택)을 상속하겠다며 이런 유언 을 남겼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후배 K를 찾아가. 법 에 대해 아는 게 많은 사람이야.” K는 변호사 사무장 출신의 70대 남성이었다. 남편이 사망하자 예상대로 자녀들은 상속등기에 협조하지 않았 고, “집을 팔아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영자님은 집 을 임대하려 했으나 소유권이 영자님에게 이전되지 않았 음을 안 임차인이 계약을 꺼리자 K를 찾아가 도움을 청 했다. K는 상속문제 해결을 위해 법무사를 소개해 주었 고, 임차인을 설득해 전세계약 체결을 도와주었다. 의지 할 곳 없는 영자님은 너무도 감사해 성의를 표시했는데, 얼마 후 K의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식당을 하는데, 병원에 다녀야 해서 일손이 부족해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마침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던 영자님은 신세도 갚을 겸 선뜻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게 영자님은 하루 3시 간씩, 주 2~3회 K의 그 식당에서 홀 서빙을 맡아 일했다.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K의 아내 Y는, 종종 남편 험담을 했다. 금전·여성 문제로 K와는 이미 이 혼했고, 건강이 악화된 이유도 모두 K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몸이 아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고 있다는 말 에 영자님은 그녀가 안쓰러워 더욱 성심껏 일을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식당 전기가 끊길 위기라며 3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영자님은 딱한 마음에 여 동생에게 돈을 빌려 K 부부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몇 주 후, 그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은 Y가 병원에 간 날이었다. K는 어쩐 일인지 직 원들을 일찍 퇴근시키고는 “곧 아내가 도착한다”며 영자 님을 붙잡았다. 엉거주춤하던 사이, K는 Y와 통화하던 전 화를 끊고는 갑자기 영자님을 의자로 밀치더니 신체를 밀착시키며 성추행을 시도했다. K는 Y와 통화하던 전화를 끊고는 갑자기 영자님을 의자로 밀치더니 신체를 밀착시키며 성추행을 시도했다. 깜짝 놀란 영자님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지르자, K는 “돌아가신 형님을 만나면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며, 몇 분 동안 추행을 지속했다. 고의인지 우연인지, 그곳은 CCTV가 가장 잘 비추는 장소였다. 07 2025. 04. April Vol.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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