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는다’는 선언만 있을 뿐, 누가 진정한 주주인지에 대해서는 주문이 아닌, 판결 이유에만 언급되어 있다”며, 등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적으로 판결의 직접적인 효력은 판결문의 ‘이유’가 아닌 ‘주문’에만 미치며, 따라서 등기관은 등기의 적법성 을 판단함에 있어 이를 엄격히 구분할 수밖에 없다는 입 장이었다. 이미 이 사건은 해당 관할 등기소의 등기관들 사이 에서 ‘특이사건’으로 인지되고 있었다. 수년간 이어진 소 송, 무효와 유효를 넘나든 주주총회 결의, 반복된 임원 등 기의 변경과 가처분 신청이 등기부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등기관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누구도 성급한 판단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그때, 오래된 경력의 한 등기관이 필자에게 이런 조 언을 했다. “청구취지를 단순히 ‘주주총회 부존재 확인’으로 하 기보다는, (주)플러스데이가 (주)상진로지스의 정당한 주 주임을 확인하는 ‘지위확인 청구’로 구성했더라면, 그 판 결주문에 따라 저희가 직접 판단할 수 있었을 테니, 등기 절차가 훨씬 원활했을 겁니다.” 말인즉슨, 소송의 구조가 등기관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되어 있었기에, 행정 실무 상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판결은 ‘김 사장 측 주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플러스데이의 주주 지위는 이유 부분 에만 간접적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등기관 입장에서는 주문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직접 주주 지위를 판단해 등기를 수리하는 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 사건은 결국 법원의 판단과 등기행정 사이에 놓 인 미세한 간극이 만들어낸 회색지대였다. 그리고 그 틈 은 고스란히 신청인의 시간과 비용, 절차적 불확실성으 로 전가되었다. 판결문의 문장 하나, 서류의 표현 한 줄이 실무에 어떤 파급력을 지니는지, 뼈저리게 체감하는 순 간이었다.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으로 오랜 다툼에 종지부 다행히 필자는 혹시라도 서면결의에 의한 등기신청 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임시주주총회 소 집 허가를 별도로 법원에 신청해 둔 상태였다. 회사의 긴 박한 상황을 감안한 법원은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히 허 가결정을 내려주었다. 임시주총 소집허가는 형식 요건을 완비하기 위한 절 차였지만, 결국 이 허가 하나로 오랜 다툼의 종지부를 찍 을 수 있었다. 확정판결로 주주 지위를 인정받은 ㈜플러 스데이 측이 다시 적법하게 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되었 고, 이사와 감사 등 임원 전원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었 다. 결국, 법리와 절차를 하나하나 되짚어 나간 끝에, 회 사는 다시 ‘존재하는 이사회’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기는 단순한 서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를 법적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공적인 선언이다. 등기부의 한 줄 기록이 임원의 법적 지위를 바꾸고, 권리와 책임의 무게를 가른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점을 명확히 보여주 었다. 겉보기엔 일상적인 절차처럼 보이는 임원변경 등기 한 건이 실은 한 회사와 그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 의 운명을 가르는 최전선이었다. 필자는 등기란 결국 단 순한 형식이 아니라, 회사와 사람들 사이 관계의 실질을 드러내는 제도임을 다시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법무사인 필자는 앞으로도 수많은 등기 사건을 마 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분명 하나의 기준 점으로 남을 것이다. 단지 결의서를 검토하고 인감증명서 를 챙기는 일로 등기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그 결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인 지 반드시 한번 자문해보아야 한다. 형식이 실체를 왜곡 하지 않도록, 공시가 진실을 가리지 않도록. 등기의 본질은 ‘진실을 증명하는 기록’이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법무사의 책임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13 2025. 06. June Vol.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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