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6월호

하지 않는다’는 선언만 있을 뿐, 누가 진정한 주주인지에 대해서는 주문이 아닌, 판결 이유에만 언급되어 있다”며, 등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적으로 판결의 직접적인 효력은 판결문의 ‘이유’가 아닌 ‘주문’에만 미치며, 따라서 등기관은 등기의 적법성 을 판단함에 있어 이를 엄격히 구분할 수밖에 없다는 입 장이었다. 이미 이 사건은 해당 관할 등기소의 등기관들 사이 에서 ‘특이사건’으로 인지되고 있었다. 수년간 이어진 소 송, 무효와 유효를 넘나든 주주총회 결의, 반복된 임원 등 기의 변경과 가처분 신청이 등기부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등기관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누구도 성급한 판단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그때, 오래된 경력의 한 등기관이 필자에게 이런 조 언을 했다. “청구취지를 단순히 ‘주주총회 부존재 확인’으로 하 기보다는, (주)플러스데이가 (주)상진로지스의 정당한 주 주임을 확인하는 ‘지위확인 청구’로 구성했더라면, 그 판 결주문에 따라 저희가 직접 판단할 수 있었을 테니, 등기 절차가 훨씬 원활했을 겁니다.” 말인즉슨, 소송의 구조가 등기관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되어 있었기에, 행정 실무 상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판결은 ‘김 사장 측 주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플러스데이의 주주 지위는 이유 부분 에만 간접적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등기관 입장에서는 주문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직접 주주 지위를 판단해 등기를 수리하는 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 사건은 결국 법원의 판단과 등기행정 사이에 놓 인 미세한 간극이 만들어낸 회색지대였다. 그리고 그 틈 은 고스란히 신청인의 시간과 비용, 절차적 불확실성으 로 전가되었다. 판결문의 문장 하나, 서류의 표현 한 줄이 실무에 어떤 파급력을 지니는지, 뼈저리게 체감하는 순 간이었다.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으로 오랜 다툼에 종지부 다행히 필자는 혹시라도 서면결의에 의한 등기신청 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임시주주총회 소 집 허가를 별도로 법원에 신청해 둔 상태였다. 회사의 긴 박한 상황을 감안한 법원은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히 허 가결정을 내려주었다. 임시주총 소집허가는 형식 요건을 완비하기 위한 절 차였지만, 결국 이 허가 하나로 오랜 다툼의 종지부를 찍 을 수 있었다. 확정판결로 주주 지위를 인정받은 ㈜플러 스데이 측이 다시 적법하게 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되었 고, 이사와 감사 등 임원 전원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었 다. 결국, 법리와 절차를 하나하나 되짚어 나간 끝에, 회 사는 다시 ‘존재하는 이사회’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기는 단순한 서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를 법적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공적인 선언이다. 등기부의 한 줄 기록이 임원의 법적 지위를 바꾸고, 권리와 책임의 무게를 가른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점을 명확히 보여주 었다. 겉보기엔 일상적인 절차처럼 보이는 임원변경 등기 한 건이 실은 한 회사와 그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 의 운명을 가르는 최전선이었다. 필자는 등기란 결국 단 순한 형식이 아니라, 회사와 사람들 사이 관계의 실질을 드러내는 제도임을 다시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법무사인 필자는 앞으로도 수많은 등기 사건을 마 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분명 하나의 기준 점으로 남을 것이다. 단지 결의서를 검토하고 인감증명서 를 챙기는 일로 등기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그 결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인 지 반드시 한번 자문해보아야 한다. 형식이 실체를 왜곡 하지 않도록, 공시가 진실을 가리지 않도록. 등기의 본질은 ‘진실을 증명하는 기록’이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법무사의 책임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13 2025. 06. June Vol.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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