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에 있는 농지를 매입해 조립식 요양원을 지 었어요.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대표자 개인 명의로 받았 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에 공동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대표자가 사망한 겁니다. 이후 요양원의 소유자가 누구냐를 두고 분쟁이 발 생했고, 결국 갈등이 심화되어 소송으로까지 번졌죠. 저는 단체 측의 조력자로 사건을 맡았었는데, 해결 과 정에서 의뢰인 단체의 법적 지위나 공시 방법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땅값이 상승하면서 양측이 서로 양보해 분 쟁은 일단락되었습니다만, 그때부터 비법인사단의 문제 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보게 되었죠.” 두 번째 사건은 2009년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벌어 진 분쟁이었다. 댐 조성으로 인근 땅값이 상승하자 한 종중의 종원 명의로 신탁되어 있던 임야와 대지, 그리 고 보상받은 현금의 소유권을 두고 문중과 종원 간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김 법무사는 종중 측을 조력했지만, 이번에도 종중의 실체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했다. “너무 안타까웠죠. 단체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재 산을 형성하고 운영하더라도, 법인격이 없는 이상 등기 나 공시가 대표자 개인 명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 니, 대표자가 사망하거나 내분이나 외적 분쟁이 일어날 때, 그 소유권을 명확히 주장할 수가 없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단체 내부의 신뢰가 깨지면 재산은 누 구의 것도 아닌 상태가 되고, 소송에서도 단체의 실체를 입증하지 못해 제 사례처럼 패소하는 일이 발생하죠.” 그는 이것이 단순히 사건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민법상 비영리단체 설립에 허가주의를 적용하고 있는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영리법인의 법적 보호, “일본처럼 ‘준칙주의’로 전환” 주장 “그래서 저는 우리도 일본처럼 비영리법인 설립을 준칙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과 같은 ‘허 가주의’는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이나 심사 지연, 법적 불확실성 등으로 시민들의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는 문 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단체들이 법적 실체 없이 운영되다가 분쟁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법적 공백을 겪게 되잖아요. 일본은 정관이나 구성원 수 등 일정 조건만 충족 하면 누구나 쉽게 비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 의’를 도입하고 있어요. 이 제도 아래에서는 행정기관의 허가 없이도 법인 격이 부여되므로, 단체가 설립부터 재산 등기, 소송 대 응에 이르기까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 법무사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영리법인 설립의 허가주의를 준칙주의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 한 공론화에 나섰다. 다수의 논문을 작성해 『법무사』지 와 『법률신문』 등에 기고하기도 하고, 법적 정비를 위한 입법 제안서를 작성해 제안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2015년에는 협회에서 주관한 법무 사 업무영역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법인 아닌 사단의 법인등기화” 등을 주제로 한 아이디어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준칙주의로의 전환은 지금까지 비영리법인들의 여 러 현실적인 고충과 문제를 개선하는 역할도 하지만, 등 기업무의 확대로 법무사의 업무영역도 확대되는 이점 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비법인단체가 법인격을 갖게 되면, 소송 판도도 달라지고, 등기업무도 늘어날 겁니다. 단체도 살고, 우 리 일도 늘어날 거예요.” 그러나 김 법무사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2004년, 2011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허가주의를 인가주의로 전환’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이후 2021년 한 차례의 토론회가 열렸을 뿐, 제정 이후 65년이 넘도록 뚜렷한 진전은 없다. “단지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의 전환만을 논의 법무사 시시각각 법무사가 사는 법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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