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을 울리는, 프랑크 코렐리의 「불꺼진 창」 내가 아주 젊었던 시절, 산사(山寺)에 모인 남녀 친구들과 노래 부르기 게임을 할 때 술래가 되면 늘 이 노래 를 즐겨 부르곤 했다. 가사가 슬프고 애절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마음이 자연스레 가라앉곤 했다. 하지만 전문 성악가가 이 노래를 부르면, 곡조와 가사 전달력에서 확실히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듣는 이 의 감정을 사로잡아, 작곡가가 의도한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 곡을 세계 유수의 테너들이 부른 버전으로 대부분 들어보았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테너 프랑 코 코렐리(Franco Corelli)가 단연 압권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힘이 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애절한 감정 표현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선명히 남아 있다. 세계에는 위대한 테너들이 많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 마리 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 1915~1982)를 위시하여 이미 세상을 떠난 스웨덴 출신의 유시 뵈를링(Jussi Björling, 1911~1960), 이탈리아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마리오 란차(Mario Lanza, 1921~1959)도 그렇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 호세 카레라스(José Carreras),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조셉 칼레야(Joseph Calleja) 등도 모두 훌륭한 성악가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오는 드라마틱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단연 프랑코 코렐리다. 영화배 우를 연상시키는 준수한 외모와 깊고 서정적인 그의 목소리에 매혹되어 나는 지금도 그의 음반을 즐겨 듣는다. 옛 시절의 추억과 떠난 이들이 그리워질 때 때때로 유명 테너들의 노래가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가수의 노래가 담긴 LP나 CD가 집에 없을 경우에는 FM 클래식 방송 프로그램에 희망곡으로 신청해 듣곤 한다. 어느 날 문득 코렐리의 「불 꺼진 창」이 듣 고 싶어 희망곡을 신청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들려주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재차로 신청했지만 감감 무소식.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직접 중고 LP 음반점을 찾아 나섰다. 운 좋게도 한 점포 주인이 자신도 코렐리를 좋아한다며, 음반이 쌓인 진열대 더미 속에서 코렐리의 「불 꺼진 창」이 수록된 음반을 찾아주었다. 게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해 매우 기뻤다. 나는 그길로 고장 난 턴테이블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새 턴테이블 위에 LP를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바늘을 얹는 순간, 아름답고 절절한 코렐리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에 새삼 옛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떠나간 이들이 그리워졌다. 그리움은 말이 없고, 오직 노래만이 그 침묵을 오래도록 위로하고 있다. 75 2025. 06. June Vol.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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