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작 영화 「간신」에서는 사치와 향락에 젖은 연산군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영화적 과장이 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 『연산군일기』에는 더 자극 적인 내용도 기록돼 있다고 하니 상상이 되지 않는 수준 이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이 그의 광기를 부추겼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나, 이와 별개로 쾌락에 약한 성정을 타고난 면도 있었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연산군은 선조인 태조 이성계를 닮 아 무인의 기질이 강했다고 한다. 또 예술가적인 면모도 있어 시와 그림을 좋아하고, 꽃과 나무에 대한 지식이 해 박했다. 그는 각지에서 모란, 치자, 동백, 장미 같은 꽃들 을 들여오게 했으며 후원에 1만 그루의 영산홍을 심는 등 화단을 꾸미는 데 공을 들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고가 낭비되고 백성들이 고통 을 받았다는 데 있다. 특히 음식에 대한 집착이 커서 값 비싸고 희귀한 식재료를 구해 오게 했다. 조선시대 백성 들이 나라에 바치는 세금에는 쌀과 옷감, 특산품이 있었 는데, 이 중 가장 부담되는 것은 다름 아닌 특산품이었다. 과일이나 해산물은 운송과정에서 부패하기 쉬운 데 다, 지방관들이 수탈하기 가장 편한 대상이었다. 각종 특 산물을 쌀로 대신하는 ‘대동법’이 시행된 것도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 달콤한 과일 즐겼던 연산군, “중국수박 오는 동안 부패” 간언에 능지처참 연산군은 달콤한 과일을 즐겼던 듯하다. 얼음 을 깔아놓은 쟁반에 청포도를 올려 시원하게 먹 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런가 하면 제주에서만 나는 귤을 좋아해 직접 나무를 베어오게 했다. 키위와 비슷한 다래도 넝쿨째 뽑아 올리 라고 명했다. 조선에서 구할 수 없는 과일은 중 국에서 들여왔다. 돌고래·왜전복까지 진상하라던, 식탐 끝판왕 폭군 연산군과 정세진 작가· 『식탐일기』, 『내 책갈피 속 봉봉』의 저자 궁중 음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역사 속 인물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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