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라르고’로도 불리고 있는 이 곡은, 당시 홍 차영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공감하게 해준다. 한편, 빈센조가 원료 창고 폭파 작전에 성공하고 유 유히 현장을 떠나는 유명한 장면에서는, 푸치니의 오페 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가 흐르는데, 이 곡은 앞서 「오징어게임 2」에서 도 만났던 반가운 곡이다. 이 외에도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눈물의 날 (Lacrimosa)’,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Chaconne)’와 같은 다채로운 명곡들이 요소 요소 등장해 긴장과 감정의 흐름을 조율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 은 명곡은 역시 빈센조가 가사를 따라 읊조리는 장면으 로 인상적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우리는 닮 았네(Pari siamo)」이다. 광대 리골레토의 자조적 탄식과 아리아 「우리는 닮았네」 푸치니, 로시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르디. 그가 작곡한 26편의 오페라 중 『리골레 토』는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맥베스』와 함께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비극 중 하나다. 1851년 초연된 이 작품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 며,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 1885)의 희곡 『왕은 즐긴다(Le roi s’amuse)』를 각색해 만 들었다. 『리골레토』는 향락에 빠진 권력자의 곁에서 권세 를 함께 누리던 어릿광대 리골레토의 비극을 다룬다. 리골레토는 귀족의 딸이든 천한 여인이든 가리지 않고 여러 여인을 탐하는 ‘만토바 공작’에게 여인들을 조 공하지만, 자신의 딸 ‘질다’만큼은 철저히 숨긴다. 그러나 만토바 공작은 리골레토의 집에 숨어들어 질다에게 사 랑을 고백하고, 질다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골레토는 순결한 딸을 더럽힌 공작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암살자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 살해를 의뢰한다. 그러나 질다는 공작이 자신이 아닌 암살자의 동생 막달레나를 선택하자, 공작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다. 결국 리골레토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딸을 스스 로 죽인 셈이 되고, 절망 속에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리골레토』의 대표 아리아는 만토바 공작이 부르 는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지만, 1막 2장 에 나오는 리골레토의 독백 아리아 「우리는 닮았네(Pari siamo)」 또한 깊은 인상을 준다. 이 아리아는 우연히 딸을 숨겨둔 은신처까지 따라 온 스파라푸칠레를 마주한 뒤 리골레토가 부르는 곡이 다. 그의 불안한 내면과 귀족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 신과 암살자가 닮았다는 자조적 인식이 담겨 있다. “나는 혀를, 그는 단검을 가졌지”라는 말로 시작 되는 이 아리아의 클라이맥스는 “만일 내가 사악하다 면, 그것은 너희들 때문이다(Se iniquo son, per cagion vostra è solo)”라는 가사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웃 음을 강요당하고,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빼앗긴 채 살아가던 리골레토는 귀족들을 물어뜯고 그 들의 불행을 보며 웃는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은 결국 그들 때문이라고 절규한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이 아 리아의 가사를 따라 읊조리는 장면은, 그가 왜 사적 제재 를 통해서라도 ‘악을 악으로 처단하려 하는가’에 대한 정 당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리골레토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런 방식의 삶을 원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놓인 환경과 대상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드라마 「빈센조」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통쾌 한 ‘사이다 드라마’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정의 실현을 위해 법의 한계를 넘는 행위는 결국 리골레토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곡 선정이 아닐 수 없다. 79 2025. 06. June Vol.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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