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나는 2023년과 그로부터 2년 후인 2025년, 출산을 했다. 30년 넘게 누군가의 자식으로만 살 아온 내가 이제는 부모가 된 것이다. 내 보살핌 없 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 면,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곤 한다. 특히 친정엄마가 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자녀의 자녀까 지 돌보는 엄마, 오래전 그 품에 안겨 있던 어린 나 와 더 먼 과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귀한 막내딸 이었을 젊은 엄마의 모습까지. 모든 사람은 아기였고, 누군가의 자녀였다. 장 성한 자녀를 둔 어머니도, 은퇴를 앞둔 중년 가장 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도 모두 한때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던 소중한 존재였다. 너무도 당연한 진리이지만, 부모가 되기 전까 지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명제 다. 나는 이제야 그 단순하고 확실한 사실 앞에 깊 은 깨달음을 느낀다. 며칠 전, 아이를 씻긴 뒤 함께 물놀이 장난감 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장난감의 물기를 털어 가방에 넣는 모습을 본 아이는 나를 따라 자신도 장난감을 흔들어 터는 듯한 동작을 하며 가방에 넣었다. 나는 물기를 제거하려는 동작이었지만, 아 이는 그 이유를 모른 채 그냥 엄마가 하니까 따라 한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이를 안아주었다가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잠시 코끝이 찡해졌 다. 다섯 살 무렵, 엄마가 빗자루로 방 청소를 하셨 다. 먼지를 모은 뒤, 빗자루에 묻은 먼지를 바닥에 몇 번 툭툭 털며 청소를 마무리하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걸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부모님 앞 에서 비질을 하고는, 이유는 모르지만 엄마가 하던 대로 빗자루를 툭툭 털었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크게 웃으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아장아장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안아달라 는 아이를 품에 안을 때는 어김없이 아빠가 떠오른 다. ‘안아줘.’ 하는 한마디에 나를 번쩍 들어 올리 던 아빠의 품이 그리워진다. 가수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배우 탕웨이는, 아이유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면서부터 항상 내 아이의 눈이 나와 정말 닮았는지는 골몰해도, 내가 나의 엄마와 닮은 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 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는 종종 이 말을 곱씹 어 본다. 아이를 낳고 줄 곧 아이의 얼굴에서 나의 모습을 찾으며 살아왔지만, 요즘 들 어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를 발견하곤 한다. 아이 를 낳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부모를 닮아간다, 찾아간다. 편집위원회 레터 김지안 법무사(서울동부회) · 본지 편집위원 Editor’s Letter 90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