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얼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결국 중개 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집, 부부란 무엇인가! 이것이 지난 2023년 12월부터 약 6개월간 일어났던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일 수 있는 한바탕 임대차 소동의 전말이다. 이 일이 만일 일반적인 한국인들 사이에서 벌 어진 분쟁이라면 굳이 글로 남길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 었을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들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이었고, 계약서의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하며 법을 지키려 애쓴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난데없이 휴일 저녁에 임대 인의 전처와 아들이 경찰관을 대동하고 난입해 주거침입 협의로 조사를 받고, 급기야 법원 집행관을 통해 명도소 송 소장까지 받아 한국 법원에서 조정을 받는 황당한 일 을 겪었으니 타지에서 얼마나 난감하고 불안했을 것인가. 아마도 원고는 이러한 억지 소송과 해프닝을 통해 이혼한 전 남편을 더 압박하고 괴롭혀서 뭔가를 더 얻어 내려 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일로 임대인은 매우 곤혹 스럽고 미안해했으며, 소송비용까지 대신 부담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정이 끝난 이후로는 묵시적 갱신 또는 계 약갱신요구권 사용기간에 대해 한 번 상담을 한 것 외는 다니엘 부부에게 별다른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탈 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다니엘은 창문 너머로 도봉산 봉우리가 보이는 그 집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계속 살고 싶어 했다. 아마도 계약을 갱신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오랜만에 클라우디아의 연락을 받 았다. 중개법인 사이트에서 자기 집이 매물로 올라와 있 는 걸 보았단다. 임대인의 전처는 기필코 그 집을 팔아 보 증금 절반을 회수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들어올 심산인 것 같았다. 이혼한 부부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사 실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전남편 을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 ‘부부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는 임대차계약을 할 때 임대인 부부의 원만한 관계까지 체크리스트에 올려야 하는 걸 까. 우리 측은 소 제기 이후 지급을 중단했던 2개월 치 차임 1/2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이후부터는 원고와 원 임대인(조정참가인)에게 차임을 안분해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그 외의 사항은 임대차계약에 따르는 것으로 하고,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11 2025. 11. November Vol.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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