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자투리 시간이 빚어낸 경지 동시에 두 가지를 잘 해내기가 쉽지는 않은 법인데, 그는 어떻게 법 무사로 일하며 서예가로서도 큰 성 취를 할 수 있었을까. 필자가 법무사와 서예가로 두 길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비결 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일체유심 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 에 달렸다”며, 『화엄경』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신 념이 있습니다. 저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어요. 요 즘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의 시간을 특별한 목적 없이 흘려보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법 무사 업무를 마치고 퇴근 전 1시간 정도의 자투리 시간 을 활용해 붓을 잡는 습관을 들였거든요. 지금도 가능 한 한 하루 한 시간은 붓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작은 실천이 쌓이고 무르익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정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예술적 성취가 특별한 재능이나 막대한 시간을 통 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 없이 버려지는 자 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그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2008년 ‘강원서예대전’ 대상, 2012년 ‘대한민국 미 술대전’ 우수상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굵직한 서예 대전에서 수상하며 서예가로서의 실력을 공인받았고, 현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부족한 졸필로 큰 상을 받아 부 끄러웠다”면서 스스로를 낮춰 겸손하게 말했다. 진정한 대가에게 상은 노력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책임의 시작 이다.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시(漢詩) 창작, 우연이 이끈 필연의 길 대부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 룬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온다고 한다. 임 법무사에게도 그런 계기가 있었다. 바로 ‘한시(漢 詩)’ 창작이었다. 서예가로서 오랜 경 력을 쌓아온 그가 남의 시가 아닌 자 신만의 한시를 창작해 글씨로 쓰게 된 것은, 그만큼 서예 예술에 대한 진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임 법무사는 2014년 서울 생활 을 정리하고, 경기도 청평에 한옥을 지어 귀촌했다. 각 박한 서울을 떠나 자연과 함께하며, 귀촌 생활의 아름 다움을 담은 글을 서예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 마침 알고 지내던 한 선배에게 부탁해 「귀촌(歸村)」이라는 주제의 칠언율시 한 수를 받아 글씨로 썼다. “이후 그 작품을 전시했는데, 몇몇 동료들이 시의 평측(平仄)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거예요. 한시는 한자의 성조에 따른 운율이 맞아야 맛이 나는 법인데, 그것을 ‘평측’이라고 하거든요.” 비록 다른 사람이 창작한 한시였지만, 자신이 글씨 를 쓰고 자신의 이름으로 내건 서예 작품에 흠결이 있 다는 사실을, 그는 예술가적 양심으로 받아들이기가 어 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때 제가 직접 한시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 다. 그런데 막상 한시를 제대로 배우려고 하니 한시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배우는 모임조차 들어갈 수가 없는 게 그쪽 세계더군요.” 그래서 그는 어떻게 했을까? 임 법무사는 인터넷 자료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평측의 기본을 익혔다. 그리 고 ‘약간 아는 척하며(?)’ 다시 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결 국 이런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그는 배움의 길에 들어 설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속에 서도 붓을 드는 순간만큼은 몰입을 통해 모든 잡념을 잊 을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 동료, 후배 법무사들에게도 자투 리 시간을 활용해 붓을 잡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법무사 시시각각 법무사가 사는 법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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