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1월호

한시 창작의 세계는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세계다. 그러나 임 법무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술적 영감과 학문적 엄밀함이 어떻게 결합하여 한시가 창작되는지 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시제(詩題)와 운(韻)을 떠올리며 몸을 가볍게 흔들어 리듬을 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시의 핵심 구절이 섬광처럼 떠올라요. 그때 재빨리 기 록을 해둬야 해요. 영감이 달아나기 전에 말이죠. 그리 고 컴퓨터 앞에 앉아 평측과 대구(對句) 등 엄격한 규 칙에 맞춰 한 자 한 자 꿰맞추는 고된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한시 하나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한시의 창작이 순간의 영감과 감흥만이 아니라, 철 저한 이성적 분석과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세계 라는 것을 필자는 새롭게 알게 됐다. 그는 2021년부터 이렇게 터득한 자작 한시를 글씨로 쓴 작품을 각종 서 예전에 출품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의 세계를 열 어가는 것은 큰 기쁨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예 작품의 형식뿐 아니라 내용까 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부담도 느 낀다”고 말했다. 시(時)와 소명으로 남길 유산 직업 공무원으로 시작해 법무사로, 또 서예가로 쉼 없이 달려온 임욱빈 법무사. 그동안 많은 성취를 이루었 지만, 앞으로의 소망도 있다. 법무사로서는 의뢰인에게 욕먹지 않게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한시 시집 한 권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한시인 (漢詩人)으로 살아가고픈 꿈을 꾸고 있다.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붓을 드는 순간만큼은 몰입을 통해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 동료, 후배 법무사들에게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 해 붓을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자신을 추스르고 정신 력을 강화해줄 무기가 하나쯤 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예 는 고군분투하는 법무사들의 내면을 다지는 훌륭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 을 나서니, 서소문동 거리에는 가을이 한층 내려앉아 있었다. “법이 사회의 질서를 세우는 방법이라면, 서예는 마음의 질 서를 세우는 길이자 예술”이라 는 그의 신념이 가을빛 거리를 거니는 중에도 계속 떠올랐다. 그의 삶을 집약하는 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법무사로서의 치열함과 서 예가로서의 고요함이 공존하 는 그의 길 위에서, ‘법무사가 사는 법’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 겨본다. 51 2025. 11. November Vol.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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