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게 넘긴다든지, “이건 별거 아닌 문제입니다”라는 말을 가볍게 건넬 때, 어떤 고객은 자신의 ‘인생이 걸린’ 사건 이 하찮게 여겨졌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고객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포인트 하나가 어떤 고객에겐 치명적인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럴 때 ‘별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저러시지?’라고 생 각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평소 차분하던 고 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격렬한 감정을 드러낸다 면, 그건 그 고객의 역린일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알던 사이도 아닌데 고객의 역린을 어떻게 미리 파 악하느냐고요? 현실적으로 법무사가 고객의 역린을 사 전에 파악하고 조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때로 의도치 않게 고객의 역린을 건드려버릴 수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건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따라 상담의 성패가 갈릴 수 있거 든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지 반응’입니다. 보스턴대 사회학과 찰스 더버(Charles Derber) 교수에 따르면 대화 에는 크게 두 가지 반응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의 말을 자기 이야기로 돌려버리는 ‘전 환 반응(Shift-Response)’, 다른 하나는 상대의 말에 공 감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지지 반응(SupportResponse)’입니다. 예컨대 누군가 “요즘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을 때, “저도 그래요. 지난주에 일이 많아서 정말 지쳤거든 요.”라고 답한다면 이는 전환 반응입니다. 대화의 초점을 상대방에서 나 자신으로 돌려버리는 거죠. 반면 “많이 힘드셨겠네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 요?”라고 묻는다면 지지 반응입니다. 이는 상대방이 계속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화가 잔뜩 난 고객과 상담할 때면 전환 반응을 하고 싶은 유혹이 커집니다. 억울한 부분은 항변하고 싶고, 전 문가로서 내 소견을 설명해 고객을 설득하고 싶고, 때로 는 대화를 빨리 본론으로 돌리고 싶기도 하죠. 그러나 감정이 격양된 고객에게 법무사의 이러한 전 환 반응은 더 큰 감정적 동요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습니 다. 법무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마음대 로 판단했다고 느끼게 되거든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법무사를 ‘내 편’이 아닌 ‘맞서는 상대’로 인식하게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 입니다. ‘지지반응’은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낸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고객과의 상담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구구절절 설명하는 전환 반응이 아니라 고 객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지지 반응입니다. 지지 반응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나요? 물론 의식적 인 노력이 필요한 방식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핵심은 상대가 자기 이야기 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거든요. 18년간 「아침마당」을 진행한 국민 아나운서 이금희 씨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상대방 이 온전히 이해받았다고 느꼈던 상담 사례를 공유했습 니다. 특별한 해결 방안 제시나 설득이 있었던 건 아니었 습니다. 그저 “그랬어? 힘들었겠다. 잘했다.”라는 지지의 언어를 충분히 사용한 것뿐이었죠. 그는 15년간 이어진 1,500명과의 티타임을 회상하 며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관계를 형성하는 지름길이 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지 반응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이 미 일상에서 쓰고 있는 ‘잘 들어줌’의 또 다른 이름일 뿐 입니다. 물론 지지 반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열쇠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지 반응에는 불길처럼 치솟는 감정의 온도를 낮추고, 고객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현장활용 실무지식 — 고객 상담의 기술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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