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살다 간 이들이 적 지 않다. 후기 인상주의 화풍의 거장으로 꼽 히는 빈센트 반 고흐 역시 평생을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했으며, 고독과 생활고 등으로 인한 정신착란에 시달렸다. 1853년 네덜란드의 한 목사 집안에서 태 어난 고흐는 한때 종교인이 되고자 했다가 27 세의 나이에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브뤼 셀, 암스테르담 등 여러 곳을 떠돌며 그림을 그리던 그는 33세가 되던 해, 예술의 도시 파 리로 향했다. • 고흐가 즐겨 마신 ‘압생트’, 랭보 등 19C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술 파리에서 그는 툴루즈 로트렉, 폴 세잔, 루이 앙크탱 등 인상주의 화가들과 어울렸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고흐는 예술적 지평을 한층 넓힐 수 있었지만 그 대신 건강을 잃었 다. 매일 선술집에서 과음을 하는 등 무절제 한 생활을 계속한 탓이다. 이후 고흐는 북적이는 파리를 떠나 남프 랑스 ‘아를(Arles)’로 이주했다. 아를의 찬란 한 햇살과 아름다운 풍광은 그의 대표작 「별 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 많은 작품에 영 감을 주었다. 동료 화가 폴 고갱과 아를의 ‘노 란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예술적 성향이 서로 다른 두 사 람은 툭하면 갈등을 겪었다. 고흐와 고갱 둘 다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이다 보 니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술집에서 함께 술 을 마시다 고흐가 고갱에게 술잔을 집어던졌 다는 일화도 있다. 고흐의 정신착란, 마성의 술 ‘압생트’ 때문? 정세진 작가· 『식탐일기』, 『내 책갈피 속 봉봉』의 저자 화가 고흐와 녹색요정 압생트 슬기로운 문화생활 역사 속 인물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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