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답게, 다양한 클래식 명곡들이 서사의 정서를 섬세하 게 물들인다. 미국대학 석사 입학시험에 낙방한 송아가 무대 뒤에서 준영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지켜보며 눈물 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 번 다단조, 작품 18번(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1악장이 흐른다. 또한 송아의 열정에 감명 받아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된 동윤의 공방에서 그녀가 연주하는 곡은 비 에냐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라단조, 작품 22번 (Violin Concerto No.2 in d minor, Op.22)」 2악장이 고, 정경과 현호, 준영은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삼중 주 1번 라단조, 작품 49번(Piano Trio No.1 in d minor, Op.49)」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브람스, 라벨, 바흐, 슈베르트, 사라사 테 등 거장들의 명곡이 장면마다 울려 퍼지는데, 그중 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회자되는 작품은 송아의 요청 으로 준영이 정경 앞에서 연주한, 슈만의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중 「트로이메라이(Träumerei, 꿈)」다.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비극적 삼각관계, 동심처럼 순수한 사랑을 그린 곡 독일의 작곡가이자 평론가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원래 촉 망받던 피아니스트였다. 그러나 손가락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무리한 연습법을 시도하다 손을 다치는 바람에 연 주자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스승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이자 유럽 전역을 누비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와 사랑에 빠졌지만, 스승 비크의 완강한 반대로 법정까지 가는 소 송 끝에 결혼에 이른다. 두 사람은 8명의 자녀를 두고 가정을 꾸렸으나, 슈 만은 집안의 유전병이었던 양극성 장애와 아내와 제자 요하네스 브람스 사이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점차 극심 한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다 라인강에 몸을 던져 투신했 는데, 가까스로 구조된 뒤 자발적으로 입원한 엔데니히 요양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다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다. 1838년, 비크의 반대로 서로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 던 시절의 슈만과 클라라. 당시 28세의 슈만은 19세인 클 라라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30곡의 피아 노 소품을 작곡해 선물한다. 그중 12곡을 추리고, 한 곡을 더 보태 하나의 모음집으로 엮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린 이 정경, 작품번호 15번(Kinderszenen, Op.15)』이다. 이 가운데 제1곡 「미지의 나라들과 사람들에게서 (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와 함께 가장 널 리 연주되는 곡이 바로 제7곡 「트로이메라이」다. 이 곡은 「호로비츠를 위하여」, 「겨울연가」, 「하우스」 등 여러 영화 와 드라마에서도 사용된 대표적인 명곡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맑은 감성을 간직한 클라라 에게 바치는 슈만의 헌정곡이자, “내가 어린아이처럼 느 껴진다고 했던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클라라에게 보 내는 편지의 고백처럼 「어린이 정경」 전체의 취지를 가장 잘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도 이 곡은 그 런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 어린 시절부터 함 께 자라며 마음을 키워온 정경을 생각하며 피아노를 연 주하던 준영의 「트로이메라이」를 우연히 들은 송아는, 정 경·현호·준영이 함께 있는 연습실에서 이 곡의 연주를 신 청한다. 세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현호가 분위기를 풀기 위 해 “정경의 이름이 혹시 슈만의 「어린이 정경」에서 따온 것 아니냐”고 농담하자, 당황한 송아는 다른 곡을 부탁 한다. 잠시 피아노 앞에서 망설이던 준영은 결국 정경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듯 “다시는 치지 않겠다”는 말과 함 께 연주를 시작한다. 곡이 끝나고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사랑이 끝났음 을 암시하는 준영의 모습은,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클라 라 곁에서 평생 친구로 남기로 결심한 브람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71 2025. 11. November Vol.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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