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띄어쓰기 예찬 때는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겨울(1992). 반 아 이들이 제2외국어에 관해서 논쟁 중이다. 2학년에 올라가면 제2외국어를 배우게 되며, 우리 학교는 중국어와 일본어, 두 종류의 제2외국어가 있다고 한다. 그런 정보는 다들 어디서 얻는 건지 제2외국 어 과목이 있는 줄도 몰랐던 필자는 좋은 정보라도 있나 하고 아이들 말에 귀 기울였다. 당시 ‘중공’이라고 부르던 지금의 중국과 한중 수교(1992년 8월)를 맺었으니 앞으로 중국어의 시 대가 올 것이라는 부류, 기술도입 의존도가 높던 일 본은 선진국이라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여전히 중 요도가 높을 것이며, 처음에 배우기 쉬우니 일본어 를 선택하겠다는 부류가 있었다. 중국인 1명에게 껌 1통씩만 팔아도 10억 개라 는 농담을 하던 때라 중국어가 나름 비전 있어 보였 으나, 필자는 중학교 한문(개별 한자, 단어 수준) 시 간은 즐거웠던 반면, 고등학교 한문(한시 해석)의 높은 난이도에 좌절을 맛본 터라, 초반에 배우기 쉽 다는 일본어로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쓸데없는 짓 이었다. 남녀공학이었지만 남녀합반 은 아니었는데, 그냥 남자 반은 중국 어, 여자 반은 일본어를 배운다고 하 더라. 그렇게 처음 접한 중국어는 우 리가 일상어로 사용하지 않는 낯선 한자, 멀리 떨어진 유럽 국가도 아니 면서 영어처럼 어순이 뒤집어져 있으 며, 띄어쓰기조차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 일본어가 우리말과 어순 이 같아 배우기 쉽다(?)는 기대를 갖고 고등학교 일 본어 교과서를 구매했다. 그러나 웬걸! 일본어도 수 많은 한자에, 한자를 읽는 법도 2가지란다. 더군다 나 일본어 역시 띄어쓰기가 없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는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외국어 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시간이 지나 알 게 된 사실은 일본어는 주야장천 히라가나로 기재 하는 것이 아닌, 중간 중간에 한자로 기재되어 있어 야 문장 파악이 쉬워진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1896)』이 한글 띄어쓰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독립신문』이 한글 띄어쓰기의 시초라는 의미 는 아니다. 누가 최초로 한글 띄어쓰기를 했느냐는 늘 그렇듯 논란이 있는 것 같아 생략한다. 디지털과 더불어 AI를 맞이하고 있는 요즈음, 적은 자판수를 사용하고 띄어쓰기를 장착한 한글 은 이 시대에 최적화된 문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글에 띄어쓰기가 없다면 Al가 그 문 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한류로 인해 한국어·한 글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증가 한다는 뉴스를 보며 자부심을 갖는 듯하지만, 정작 길을 거닐며 주변을 둘러보면 한글 사용이 점점 감소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편집위원회 레터 장태헌 법무사(인천회) · 본지 편집위원 Editor’s Let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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