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2월호

“100% 내가 소유한 내 회사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도 황당합니다.” 그래서 회장님은 말 안 듣는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고분고분한 사람(동행한 ‘바지사장’)을 새로 대표로 앉히 고 싶어 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그 대표가 직접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소집해야 하는데, 해임 대 상이 스스로 주총 소집을 할 리가 없고, 대표이사가 빠진 채 열린 주총은 절차상 하자로 인해 의사록의 공증을 받 기 어렵다. 난감해하던 회장님은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현 대표이사의 해임이 아닌, 동행한 ‘바지 사장’을 각자대표 로 선임하는 사건을 진행해 달라며, 본인들이 법인 도장 과 인감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표이사가 완강하게 주총의 소집부터 반대를 하고 있는 마당에, 가지고 있는 법인 도장과 인감 카드를 사용해 임의로 주총 의사록을 만들어 공증을 받 고 등기를 진행했다가 무슨 사단이 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인 인감도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날인할 권한은 대표에게 있다. 마음대로 의사록에 날인해 등기 원인서류를 만들고 임원변경 등기를 신청하는 것은, 형법 상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죄(제228조)’, ‘자격모용에 의 한 사문서 작성죄(제232조)’, 그리고 ‘사인 부정사용죄(제 293조)’의 (상상적?) 경합범에 해당할 수 있어 기소되어 처벌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주주총회 소집절차부터 「상법」 규정에 따라 제대 로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이렇게 권하자, 회장님은 ‘그러려면 일단 이사 회 소집부터 해야 하는데 시일이 촉박하지 않냐?’고 묻 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위험부담을 안 고 무리하게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물론 전 화한 동기 변호사가 미리 “조심하라”고 언질을 준 것도 있다). 이럴 때는 더욱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아니면 아예 거절하는 게 낫다. “대표이사가 정 협조를 안 하면 결국 법원에 주주총 회 소집허가 신청을 해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출석 공 증인을 부르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딱 잘라 이렇게 안내하자 두 사람은 실망한 기 색을 감추지 못한 채, 1시간도 넘게 퇴근도 못 하고 상담 해준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우르르 들어왔 던 문으로 다시 나가버렸다. 현 이사 3명 중 2명이 사임을 하게 되면 이사회 없이 주주총회에서 바로 사내이사 및 각자 대표 선임이 가능하고, 그 내용으로 날인을 받으면 보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한 터였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임하겠다던 2명 중 1명이 변심하는 바람에 이사 3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며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 이사회로 넘어가 또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이법의 민생사건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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