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2월호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사임하겠다던 2명 중 1명이 변심하는 바람에 이사 3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며 대표 이사 선임의 건이 이사회로 넘어가 또 일이 꼬여버린 것 이다. 도대체 그 대표이사는 어떤 사람일까. 그 얼굴이 정 말 궁금했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의뢰인 주주사 사람들 도 매한가지여서 역시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3부 능선은 넘었고, 이사 3인 중 2명이 의뢰인 쪽 사람이라 정족수도 확보했으니, 불출석한 대표이사 대신 임시 의장 을 선임해서 이사회가 결의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공증실에 바로 문의해 보았는데, “이론상으 로는 가능하지만, 각자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에 기존 대 표이사가 불출석하면 분쟁의 소지가 있어 공증이 어렵 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하는 노랫말이 절로 나왔다. 공증이 어렵다는 말에 의뢰인들은 도저히 납득을 못 하겠다고 흥분했다. 나는 의뢰인들을 진정시키고, 어 떻게든 대표를 설득하거나 압박해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날인을 받아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동기 변호사 는 자신이 잘 아는, 좀 더 ‘유토리(ゆとり, yutori)’가 있는 공증실이 몇 군데 있으니 거기를 한 번 뚫어보자고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 나?’ 하고 난감해 있는 사이 다시 연락이 왔다. 어찌어찌해서 서로 합의서를 쓰고 각자 대표를 선 임하는 의사록에 날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 서 겨우겨우 의뢰인들이 원하는 대로 등기를 마칠 수 있 었다. 결국 이렇게 협조할 것이었으면 그렇게까지 반대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의뢰인 쪽에서 처음부터 잘 설명하 고 설득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반대를 했을까 싶었고, 주 식이 1주도 없는 대표라도(주주사의 주식을 29% 정도 보 유하고 있으니, 지분이 29%라고 볼 수도 있겠다) 주주총 회나 이사회 소집에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정말 대주주 나 1인 주주라도 방법이 없겠구나 싶었다. 지분 구조 정리를 위한 증자, 다시 시작된 악몽 어떻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 상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 의뢰인 회사에서 다시 단체 SNS로 연락이 왔다. 모회사에서 최근 내부 지분 구 조 정리를 위해 증자를 추진하게 되어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했으니 한번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보낸 서류 파일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 태의 서류들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진행이 어렵습니다. 증자는 주주배 정 방식인지 3자 배정 방식인지, 증자금액은 얼마인지, 할 증발행이라면 액면가는 얼마이고, 주금 납입일은 언제인 지 등을 알려주시면 제가 견적을 드리고, 확인해 주시면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안내하자, 회사에서는 주주배정 방식이 라고만 할 뿐, 주주명부에 올라 있는 그 ‘비협조적인’ 대 표이사가 이번 증자에 참여하는지, 아니면 실권 처리가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변을 못 하고 애매한 말 만 늘어놓았다. 주주배정 방식의 증자에서는 기존 주주가 주식을 사지 않을 때 실권주가 생기게 되고, 그 실권주를 누가 인 수하느냐에 따라 지분 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오리무중인 상태에서는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보낸 견적에 대해서도 좋다 나쁘다, 가 타부타 말은 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단체 SNS로 이러면 되는지, 저러면 되는지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해 답변을 해달라고 하니 처음의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 다. 처음에 동기 변호사가 “그 법인이 원래 거래하던 법 무사가 있었는데, 전화 응대가 영 만족스럽지 않아서 네 게 일을 맡기고 싶다고 하더라”고 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런 법인이라면 누구라도 응대하기가 쉽지 않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이법의 민생사건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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