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2월호

경쟁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다뤄왔다. 그러 나 AI와 플랫폼이 결합된 미디어 환경에서는 두 법의 경 계가 의미를 잃는다. 뉴스, 광고, 콘텐츠, 데이터가 하나 의 알고리즘 속에서 순환하는 시대에는 시장 지배력과 여론 지배력, 산업규제와 표현규제가 동일한 축 위에서 움직인다. 이제 규제는 매체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흐름의 ‘설계자’와 ‘통제자’가 누구인지를 기 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예컨대, AI가 숏폼 영상을 제작·추천·배포하는 과정 은 단순한 미디어 행위가 아니라, 이용자의 감정과 주의 력을 자원으로 삼는 경제적 행위이다. 이는 경쟁의 문제 이자 표현의 문제이며 동시에 산업정책의 문제이다. 따라서 향후 규제의 패러다임에서 미디어법, 경쟁 법, 산업정책의 융합적 접근과 조화는 필수적으로 요구 될 것이다. 따라서 규제와 진흥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 회,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다른 언 어로 이야기하던 시대는 빨리 끝내야 한다. 4. 초단위 콘텐츠 시대, 주체성 지키는 새로운 규제의 원칙 그렇다면, 미래의 규제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 까? 숏폼을 비롯한 초단위 콘텐츠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 은 억제가 아니라 ‘공정한 감각의 진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감각을 진화시킬 자유를 가지 되, 그 과정이 특정 알고리즘의 코드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는 것 이 바로 기술문명 속에서 규제가 해야 할 역할이다. AI가 결합된 미디어 생태계는 머지않아 개인의 감 정, 사고, 소비 행태를 실시간으로 읽고 예측하며, 맞춤형 정보의 흐름을 설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세계에서 는 ‘시장 경쟁’과 ‘여론 경쟁’, ‘콘텐츠 산업’과 ‘데이터 산 업’이 완전히 뒤섞인다. 결국 규제의 초점은 매체의 형식 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성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로 이 동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신문에서 시작된 정보의 시대가 온라 인 플랫폼으로 수렴하는 거대한 원을 그리고 있는 지점 에 서 있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압도했지만, 인간은 그 기술을 통해 다시 자신을 재구성해왔다. 미디어법과 경쟁 법은 그 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억누르기보다, 인간이 기술과 함께 진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설계해 나가는 것 이 중요하다. 미디어 정보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 하여는 법을 현실 변화에 맞게 정비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윤리’의 적극적인 도움과 개 입을 통한 조화와 균형도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율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 는 자정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법적 기준 이 미처 닿지 못하는 정보를 둘러싼 ‘미디어 인포스피어 (media-infosphere)’ 영역의 복잡성과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확립하고, 법의 강 제적인 개입 없이 해당 조직이나 산업 집단에서 스스로 윤리적 기준이나 행위 규칙을 정하여 집행하는 것이 법 적 안정성과 윤리적 책임을 조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제 규제는 매체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흐름의 ‘설계자’와 ‘통제자’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AI가 숏폼 영상을 제작·추천·배포하는 과정은 단순한 미디어 행위가 아니라, 이용자의 감정과 주의력을 자원으로 삼는 경제적 행위이다. 따라서 향후 규제의 패러다임에서 미디어법, 경쟁법, 산업정책의 융합적 접근과 조화는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43 2025. 12. December Vol. 702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