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2월호

법무사·사법서사, 비슷하지만 다른 길 이번 방문은 개업 1·2년 차 법무사들이 다수 참여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간담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양국의 합 격자 연령 분포, 개업 과정, 실무 적응 방식에 관한 이야 기가 이어졌다. 일본과 한국 모두 부동산등기, 상업등기, 상속, 성년후견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신뢰받는 법률 전문가라는 점은 비슷했다. 사회 전반의 인지도는 두 나라 모두 변호사에 비해 높지 않지만, 시민에게 가까 운 법률가라는 위상은 공통된 특징이었다. 그러나 직역이 형성되는 방식은 두 나라가 확연히 달라 흥미로웠다. 한국에서는 법무사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개업해 다양한 사건을 직접 경험하며 업무 범위를 넓혀가는 구조인 반면, 일본의 사법서사는 시험 합격 후 보통 법인이나 사무소에 소속되어 몇 년간 경력을 쌓은 뒤 개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역의 인적 구성도 대조적이었는데, 한국은 젊은 층의 전문직 선호 경향이 높아져 30, 40대의 신규 합격 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타 직업 경 력을 가진 중장년층의 ‘재도전형’ 진입 비율이 상승해 신 규 합격자의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의 인정사법서사 제도 였다. 일본 사법서사는 법무대신의 인정시험을 통과하면 ‘인정사법서사’가 될 수 있고, 인정사법서사는 140만 엔 이하의 소액 사건에서 재판상 화해와 제소 전 화해를 포 함한 실질적 소송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소송비용을 보험으로 처리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 실제 소액사건도 변호사에게 맡 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도적으로는 소송대리권이 부여되어 있으나, 실무에서 사법서사의 소송 담당 비중 은 크지 않은 구조였다. 간담회 중 동기 법무사가 최근 변호사를 선임한 상 대측을 상대로 승소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하자, 오자와 회장이 활짝 웃으며 주먹 쥐어 응원해주던 모습이 유난 히 기억에 남는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법무사의 길 스물네 살, 이 도시에서 일본어를 배우며 막연한 미 래를 걱정하며 방황하던 내가 어느새 법무사가 되어 같 은 도시를 찾아 사법서사분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돌아보니 내 여정도, 법무사라는 직역의 여 정도 끊임없는 변화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AI라는 또 다른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 들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온기, 전문가 공동체가 이어가는 연대, 그리고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마음. 화면 너머가 아니라 눈을 맞추고 마음 을 나누며 쌓아가는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법무사가 존 재하는 이유이자 기술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을 준비해준 한국시험법무사회와 우리 방 문단을 따뜻하게 맞아준 일본사법서사회연합회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49 2025. 12. December Vol.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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