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한파에 패딩을 꺼내 입으라는 예보가 있던 지난 11월 18일, 필자는 여름에 사둔 제빙기를 테 이프로 칭칭 감아 손잡이를 만들어 쥐고 비장하게 집 을 나섰다. 바로 송경준 법무사(34·경기북부회)를 만나 러 가기 위해서였다. 작년 이맘때, 그가 “법무사시험을 나쁘지 않게 본 것 같다”며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온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개업한 지 반년이 지난 것이다. 그간 바쁘게 지내느라 사두고 전달하지 못했던 개 업선물을 이제야 전할 수 있게 되어 기뻤지만… 제빙기 가 너무 무거웠다. 시퍼레진 오른손을 대신해 왼손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그가 싱긋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책장에 가지런히 전시된 법무 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의 3개 자격증과 동료 이현우 감정평가사의 자격증까지 총 6개의 자격증이 필자의 시 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각 협회에서 제 공한 시계와 달력이 걸려 있었는데, 심플하지만 힘 있는 최고의 인테리어로 느껴졌다. 필자는 새내기 법무사이자 7년 차 감정평가사인 그 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노랑머리 7년차 감정평가사, 그는 왜 법무사가 되었을까? 감정평가사란 부동산·동산과 같은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가액으로 산출하는 전문가다. 전문직에게 감정평가사의 업무는 낯설지 않겠지만, 모 르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 같다. “감정평가사가 정확히 어떤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부동산의 전문가이자, 가격의 판사’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가격의 판사’라는 한마디의 정의가 그 어떤 설명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송경준 법무사는 서울대학 교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법무사 자격보다 먼저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왜 지리학과였고 왜 감 정평가사였을까?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지도 보는 걸 좋아했어요. 학창시절에도 지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 고, 지금도 심심하면 지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게 딱 맞는 전공인 거죠.” 노랑머리에 평상시에도 정장보다는 트레이닝복을 좋아한다는 그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규칙에 얽매 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전문직 시험을 알아 볼 때 현장답사가 주 업무인 ‘감정평가사’에 매력을 느 꼈다고 했다. “처음 감정평가법인에서 수습 평가사로 일할 때에 는 주로 은행 대출실행을 위한 부동산 감정평가 업무 를 하며 실무적 기초를 닦았습니다. 수습 기간이 끝나 갈 무렵 다른 감정평가법인에서 어업보상팀 근무 평가 사를 모집한다기에 이직을 했어요. 부동산 평가업무가 95%를 차지하는 감정평가업계에서 어업보상평가 업무 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역시나 부동산 평가업무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 습니다. 전국 각지의 바다와 섬, 강과 호수를 돌아다니 며 평생 만나볼 일이 없을 것 같던 어민분들과 교유하 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죠.” 어업보상평가 업무를 하면서 ‘아직 내가 모르는 세 상과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법 무사 수험공부에도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법무사시험 도전을 결심한 후, 수험공부를 위해 중소규모의 회사로 이직했어요. 그런데 큰 회사에서 작 은 회사로 옮겨보니, 여기에도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지더군요. 주 업무나 상대하는 고객들, 업무 시스템 등이 너무 다르다 보니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 이 많았어요.” 감정평가사는 법무사와 달리 취업이 일반적이다. 감정평가법인의 규모, 위치 등에 따라 하는 일도 천차 만별. 송 법무사는 이직한 곳에서도 법률적 지식의 한 53 2025. 12. December Vol.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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