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2월호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치유의 메시지 정세진 작가· 『식탐일기』, 『내 책갈피 속 봉봉』의 저자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일본 가정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역사 속 인물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1990년대 말, 일본문화 개방이 시작되면서 알음 알음 마니아들만 누리던 일본의 대중문화가 젊은 층 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영화 「러브 레터」나 「철도원」 외에 일본문학도 주목받 았는데 그 시기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 를 끌었던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성적 코드나 난해함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갈렸지만 요시모토 바 나나는 공통적으로 ‘치유’라는 메 시지를 담고 있어 더 쉽게 받아들 여졌을 것이다. ‘지나치게 가볍고 문학적 깊이가 없다’는 혹평도 받지 만 그의 소설들은 IMF 구제금융 당시 공허감을 느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어루 만지는 힐링 소설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 인간에 대한 온기를 담은, 요시모토의 「키친」 속 음식들 요시모토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마음 의 상처를 안고 있다.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기구 한 사연들도 자주 등장한다. 트랜스젠더 아버지를 둔 청년부터 성폭력 피해자, 근친상간에 엮이거나 가족 에게 살해당하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왠지 거부 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소설을 정 독해 보면 막장은 그저 소재일 뿐, 인간에 대한 온기 를 담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의 대표작 「키친」에는 요리사의 조수로 일하 는 미카게와 이웃에 사는 꽃집 청년 유이치가 등장 한다. 어느 날 미카게는 단 하나뿐인 혈육이었던 할 머니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다. 유이치가 닫혀 있 던 그녀의 마음을 열어 세상 속으로 다시 나올 수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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