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허락 없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데, 그는 바로 전생 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저승사자, 저승이(이동욱 분)였 다. 갈 곳이 없던 은탁도 이들과 함께 살게 되며, 토닥거 리던 세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가 된다. 그 러던 중 저승은 우연히 만난 써니(유인나 분)를 보고 이 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김신의 가슴에 꽂힌 칼을 뽑으면 도깨비 신부인 자 신이 죽음을 맞게 된다는 말을 들은 은탁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저승이는 왜 전생의 기억을 잃었고, 그의 과 거는 도깨비, 써니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 걸까. 드라마 「도깨비」에는 「뷰티풀」, 「내 눈에만 보여」, 「첫눈」처럼 지금도 겨울이 오면 다시 차트에 오르내리는 다양한 배경음악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클래 식 음악은 단 한 장면에만 등장하는데, 그 선율이 너무나 익숙한 곡인 데다 인상적인 장면에 사용되면서 ‘도깨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으로 남아 있다. 수많은 ‘도깨비앓이’를 만들어낸, 바로 그 장면 속 「G선상의 아리아」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 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헨 델, 비발디, 텔레만과 함께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 가다. 그는 「토카타와 푸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골 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독주 기악곡이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은 물론이고,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칸 타타 「눈 뜨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 등의 성악곡들까지 1,0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기며 음악사의 발전에 큰 기여 를 했다. 「G선상의 아리아」는 바흐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 려진 곡 가운데 하나로, 당대의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고 전·낭만 시대를 지나 현대의 음악가들에게까지 큰 영향 과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여러 매체에 자주 사용되며 우 리에게 매우 익숙한 선율이 되었지만, 사실은 이 곡이 관 현악 모음곡 중 일부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흐가 1731년경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G선상 의 아리아」는 바흐 사후 100여 년이 지나서야 초판이 발행된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 작품번호 1068번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1068』에 속해 있다. 이 모음곡은 2대의 오보에, 3대의 트럼펫, 현악 앙상 블, 팀파니, 바소 콘티누오를 위해 작곡되었는데, 바흐가 남긴 작품번호 1066~1069번까지 4개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도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다. 「서곡(Overture)」, 「에어(Air)」, 「가보트(Gavotte) 1」, 「가보트(Gavotte) 2」, 「부레(Bouree)」, 「지그(Gigue)」의 여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제2곡 「에어」가 바 로 「G선상의 아리아」다. 곡의 이름은 1871년, 독일의 작곡가 아우구스트 빌 헬미(August Wilhelmj, 1845-1908)가 바이올린과 피아 노로 편곡하면서 붙인 것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연주되 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깨비」에서는 김신이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당한 은탁을 구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G선상 의 아리아」가 아니라 안드레아 보첼리의 「Time to Say Goodbye」가 사용되었으나, 본방이 끝난 후 교체되었다 고 한다. 도깨비 김신이 칼로 사채업자의 차량을 절반으로 가 르는 장면에서 슬로 모션과 함께 「G선상의 아리아」가 흐 른다. 장중한 선율과 김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어우러지 며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이 장면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도깨비앓이’로 빠져들게 했다. 도깨비와 은탁, 그리고 저승과 써니의 이야기는 1,000년을 건너 이어진 사랑을 품고 있다. 바이올린의 가 장 낮고 따뜻한 음색인 G현을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선 율은 이들이 나눈 찬란한 사랑의 온기를 떠올리게 하며, 지금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79 2025. 12. December Vol.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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