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2월호

13 2026. 2. February Vol. 704 민사사건을 담당하다 보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 뢰인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진실은 분명 존재하지 만, 그 진실이 재판에서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는 그 리 많지 않다. 진실을 바탕으로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판결문에는 종종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 할 만한 증거가 없다.” 민사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신성한 절차라기보다는 누가 더 진실한 것 같은가를 증명하는 게임과 같다. 즉, 누가 더 많고, 더 견고한 증거를 가져왔는가의 대결이다. 실제로 돈을 지출했더라도 이를 입증할 자 료가 없다면 법적으로는 ‘없는 돈’이 되고, 반대로 기 억이 희미하더라도 영수증이나 계좌 내역이 남아 있 다면 ‘있는 돈’이 된다. 하늘과 땅이 내 억울함을 안다 고 해도 재판부를 설득할 증거가 없다면 진실은 외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민사재판의 냉정한 현실이다. 오늘 소개하는 김원고 씨(가명)의 사건 역시 이러 한 민사재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겉으로는 단순한 공사비 분쟁이라 할지라도 증거 앞에서 사건은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사님, 1심에서 공사비를 청구했다가 전부 패 소했습니다. 항소장은 기한을 놓칠까 봐 일단 제출해 두었고요. 너무 억울합니다. 도와주세요!” 김원고 씨가 필자를 찾아왔을 때는 이미 1심 판결 이 선고된 뒤였다. 항소장을 먼저 제출한 후 찾아온 것을 보면, 법원 절차에 익숙하거나 그 전에 이미 여 러 곳을 거치고 온 듯했다. 의뢰인의 설명은 이러했다. 주택 투자로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던 자신에게 지인 박피고(가명)가 투 자를 부탁했고, 이에 ○○시 빌라 급매물을 싸게 매 입하도록 한 뒤 자신이 공사를 맡아 인테리어업자 최 업자(가명)를 선정해 비용을 지급하고 공사를 진행 했다는 것. 그러나 공사 도중 박피고가 공사를 중단시키고, 다른 업자를 통해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분쟁이 시작 되었다. 의뢰인은 공사 중단 시점까지 자신이 부담한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아무런 반환도 받 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의뢰인으로부터 1심 판결문을 건네받아 살 펴보니, 바로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원고가 주장하는 공사대금 6,000,000원에 관하 여, 그 지급 사실 및 구체적 내역을 인정하기에 부족 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공사비 반환 청구는 공사 내역과 지출 내역이 입 증된다면 복잡하게 다툴 사안이 아니다. 증거 부족으 로 전부 패소했다면, 더 이상 낼 카드가 없는 것이 아 닌가.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항소까지 한 것을 보 면, 의뢰인의 억울함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었 고,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1심 자료들을 살펴보니 상황은 더욱 명확해졌다. 증 거라고 할 만한 것은 최업자가 500만 원을 수령했다 는 취지의 서명이 기재된 공사비 견적서 한 장뿐. 청구 금액도 적은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거의 없다니! 필자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는 항소를 하더라도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의뢰인은 돈을 지출하고 고생까지 했음에 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한 분함을 감추지 못 했고, 전문가를 찾아왔으니 한 번 더 다퉈보고 싶다 는 의사를 표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 니었기에,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증거가 부족한 만 큼 결과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미 리 언질을 주었고, 의뢰인도 동의해 사건을 수임하 게 되었다. 필자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의뢰인에게 처음부터 차분히 경위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의뢰인의 진술을 종합해 파악한 사실관계는 이러했다. 증거부족으로 패소한 1심, 잃을 게 없는 항소심 호의로 해준 일이 독이 되어 돌아오다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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