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분명히 단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뢰인이 제출한 견적서와 박피고가 제출한 견적서를 비교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박피고의 견적서에 결정적인 요 소 하나가 빠져 있음을 발견했다. 주택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새시 자재비다. 간단한 건축공사에서도 견적과 내역에 상세 공종별로 비용을 구분해 기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두 견적서의 새시 항목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의뢰인의 견적서에는 ‘새시 180만 원’으로 기재된 반면, 박피고의 견적서에는 ‘새시 15만 원’으 로만 적혀 있었다. 이는 의뢰인의 견적서는 자재대가 포함된 것이지만, 박피고의 견적서는 자재대가 빠져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해 보였다. 또한, 박피고가 제출한 사진 속에서 새시가 제거 된 창과 그 아래 가지런히 놓인 새시들이 확인되었 다. 최업자가 공사를 중단할 당시 이미 새시 자재를 반입해 두었고, 그 비용을 의뢰인에게서 정산 받았다 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 필자는 쾌재를 불렀다. 적어도 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되었고, 새시 자재비가 실제로 지출되었다는 점 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단서를 찾 았다는 희열감에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법무사님, 집을 다 뒤져서 찾아봤더니 정말 영수 증이 남아 있더군요. 휴대폰 사진 속에서도 몇 장 찾 았습니다. 아무튼 있는 건 다 가져와 봤는데, 뭐라도 증거로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며칠 후 증거들을 수집해 왔다며 의뢰인이 건넨 봉투 속에는 다음과 같은 자료가 들어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이제야 비로소 사실관계를 뒷 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집되었다. 최업자에게 현 금으로 지급한 400만 원은 당사자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일단 있는 자료만을 근거로 항소 이유서를 작성, 제출하기로 했다. 필자는 항소이유서에서 1심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기로 하고, 이 사건 1심 변론 과정에서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던 영수증 및 계좌 내 역을 새롭게 증거로 제출하고, 1심 제출 증거에서 발 견한 새시 자재대의 존재를 중심으로 일부 공사 진행 사실을 주장해 나갔다.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자 박피고는 1심에서 제출한 자신의 답변서를 거의 그대로 옮긴 수준의 준비서면 을 제출했다. 1심의 승소 결과와 별 차이가 없을 거라 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변론기일에 출석했던 의뢰인에 따르면, 초 회 변론에서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며 일정 부분 공사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고 한다. 특히 판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박피고가 당 황한 나머지, 김원고가 공사를 조금은 한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신이 났는지 의뢰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얼마 후 재판부는 사건을 조정절차에 회부했다. 이는 공사 사실과 공사비 지출이 인정되었음을 의미 한다. 필자는 조정에서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 했고, 의뢰인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박피고가 조정 성립을 거부하 면서 사건은 다시 재판부로 송부되었다. 둘 사이 감 정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진 탓일까. 이제 부터는 사실상 소모적인 감정싸움일 뿐이다. 재판부는 추가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했다. 의뢰 인의 공사대금 청구금액 600만 원 중 절반인 300만 원을 인정했다. 1심에서 전부 기각되었던 청구가 항 16 •계좌거래 내역 : 보일러, 현관 번호키, 수도계 량기 이체 내역 및 400만 원 현금인출 내역 •어머니 명의 계좌거래 내역 : 인테리어업자 최 업자 계좌로 100만 원 이체 기록 •영수증 : “서울보일러”, “경기열쇠”, “강원설 비” 명의의 영수증 사실을 인정받고 절반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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