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MOVIE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PRESCRIPTION 어찌 될지 모를 운명에 무력해질 때, 「탑건 : 매버릭」 오늘은 아닙니다 (Not today) 영화평론가 2026년, 새로운 해가 시작된 지 얼마간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낯선 곳에 도착한 사람처럼 어 리둥절하다. 2025년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 적 없 다. 하지만 익숙한 것들이 떠나가는 순간은 매번 쉽 지가 않다. 그래서 내게 연말과 연초는 설레고도 버거운 시 기다. 만남과 작별의 순환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 니까. 아직은 2026년이 낯선 나는, 아직은 2025년에 기대고 싶은 나는 괜스레 달력을 보며 지나가는 시간 을 감각해 본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 쏜 살같이 지나가는 자태. 그 찬란함과 무상함은 늘 영 화의 좋은 소재다. 「탑건: 매버릭」(2022, 조셉 코신 스키 감독)도 그런 작품이다. 전작 「탑건」(1987)이 개봉한 때로부터 무려 35년 만에 돌아온 이 영화는, 그동안의 간극을 외면하지 않고 작품 안에서 끌어안 은 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훌쩍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당혹스러움을 꾹꾹 누른 채로 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나의 시대 는 저물었다’라고 느끼며 급변하는 세상 안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영화이기도 하다. 쌓여가는 시간의 더께에 눌려 지친 당신에게 손 을 내밀 영화. 아래부터 「탑건 : 매버릭」에 관한 스포 일러가 있다. 해군 항공대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 분)’은 항 공전문학교인 ‘탑건 스쿨’의 역사에 남는 천재적인 전투 조종사다. 그는 현재 조종사로서 꿈의 속도에 도전하며 살고 있다. 극초음속기로 ‘마하 9’ 속도에 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매버릭도 피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시대’다. 조종사들 이 모는 전투기는 무인기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엄중한 요청. 이제 그만 비켜달라고, 인간보 다 튼튼하고 정확한 기계에 자리를 내어달라고 말이 다. 번쩍이는 금속에 비해 너무도 유약한 인체를 지 닌 파일럿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매버릭은 탑건 스쿨에 교관으로 부임한다. 그리 고 적을 무찌를 조종사를 교육하는 임무를 맡는다. 자신만만한 젊은 탑건들에게 매버릭은 ‘도그 파이트 (dog fight)’ 훈련을 제안한다. 일명 개싸움. 근접 거리 에서 조종기로 치고받으며 적을 격추하는 방식이다. 발전하는 기계 앞에서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홍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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