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026. 3. March Vol. 705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전채권에 대한 다툼을 대 할 때마다 맨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 ‘소멸시효’다.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 같은 미수채권으로 인한 소 송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으 나, 시간이 한참 지난 미수채권은 소멸시효에 대한 다 툼으로 쟁점이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상대방의 시효항변으로 법정에서 기한이 지난 채권 이 되어 버린다면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청 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일 것이다. 소멸시효의 취지인 “게으른 채권자가 십수 년간 안 받을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내 돈 내놔’ 라고 채무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지 는 않겠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여느 제도가 그렇 듯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두 회사의 분쟁은 대금 지급을 미루 던 도급회사가 수급회사의 신청으로 용역대금 지급 명령을 송달받자, 소멸시효 항변으로 그 대금 지급을 피하고자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의 끝은 과연 어떠했 을까. “박 법무사, 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될 것 같아.” 속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이는 오래 된 지 인, A 회사 김원고 대표였다. 김 대표는 설계 용역대 금과 관련해 이미 몇 차례의 지급명령과 압류 및 추심 등의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또, 못 받은 돈이 있으세요? 이번에는 어디예요?” A 회사는 토목설계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건설공 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설계 분야도 하도급이 많이 이 루어지고 있어, 하층의 하도급업체는 대금을 지급받 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A 회사는 B 설계회사로부 터 설계 용역을 하도급 받아 2018.12.31. 업무를 완료 해 납품했다. 계약 금액은 5,000만 원. 그러나 그 중에 3,500만 원은 기성금(旣成金)으로 지급받았지만, 준 공금 1,500만 원은 아직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필자는 A 회사가 B 회사에게 성과를 넘겨준 시기, 즉 하도급 준공시기가 2018년 12월 말이라는 소리를 듣고, 상대방의 소멸시효 항변 여지가 있는 채권임이 분명하다는 걸 직감했다. 설계 용역 대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기 때문이다. “대표님, 이거 오래된 채권인데요. 혹시 준공금 청 구 세금계산서는 발행하셨어요?” 우려스러운 나의 질문에 김 대표는 속상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박 법무사, 이 업계 잘 알잖아. 준다는 확답이 없 으면 함부로 세금계산서 발행 못 해. 서로 관계도 애 매해지고 돈도 못 받고 세금만 내야 하니까 말이야.” 확실한 채권이니 지급명령이야 신청하면 그만이 다. 문제는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소멸시효 항 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소송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했다. 의뢰인 말로는 준공금 청구서를 제출하지는 않았 어도, 준공 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B 회사 담 당 임원에게 준공금 지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B 회사 는 준공금 지급 거절의 주요한 이유를 성과 검수가 완 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해당 설계는 이미 발주처로부터 준공이 완료되어 공사가 시작된 상태 였다. 발주처가 설계 준공을 승인했는데, 준공을 승인받 소멸시효가 지난 용역대금 채권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의뢰인은 2018.12.31. 설계용역을 완료하고 B 회사에 납품했지만, 기성금 3,500만 원만 받고 준공금 1,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설계 용역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 시효 항변이 우려되었 지만, 의뢰인은 지급명령이라도 신청해 압박하자고 했고, 필자는 소송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락 기록 등 증거 준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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