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2026. 3. March Vol. 705 이번 「법무사가 사는 법」 코너의 취재 대상자를 확 인하는 순간, 묘한 친근감이 밀려왔다. 나와 같은 검 찰공무원 출신에다 법무사이고, 시(詩)로 등단한 시 인이면서 한국가곡 작곡가. 나 또한 2012년 수필로 등단해 글을 써오고 있기 때문에 그 이력이 남의 이 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옛 동료이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법무사를 만난다 는 사실에 아직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이었지만, 이름 만으로도 그 삶의 결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렸다. 2026년 2월 13일, 사당역(서울 2호선) 4번 출구를 나서자 입춘이 지나서인지 제법 풀려있는 계절의 기 척을 느끼며, 약속 장소인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 겼다. 문득 ‘법무사의 하루’에 대해 떠올려 본다. 겉으로 는 모든 법무사의 하루가 비슷해 보일지라도, 그 하 루를 살아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구는 묵직한 서류더미 속에서, 누구는 사람 사이의 이야기 속에서, 또 누구는 자신만의 사유와 세계를 품은 채 하루를 살아간다. 오늘 만나는 김성만 법무사(서울중앙회)는 1987년 7급 검찰사무직에 합격해 약 12년간 공직에 몸담은 뒤, 2000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법의 현장에 서, 그리고 시와 가곡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 어가고 있다. 나는 오늘 그를 만나 법과 예술이 교차 하는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김성만 법무사는 20여 년 넘게 법의 현장을 지켜 오며 한 길을 성실히 걸어온, ‘법무사의 전형’에 가까 운 인물이다. 현재 사무직원 5명과 함께 민사신청, 소 장 작성, 부동산·상업등기, 고소장 작성 등 법무사 업 무 전반을 묵묵히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2022년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같은 해 8월, 시집 『그리움을 향한 평생 보고서』를 출간하고, 2023년 봄부터는 작곡 이론과 피아노를 독학하기 시 작해 불과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43곡에 달하는 한국가곡을 탄생시켰다. 법무사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다. 김 법무사는 법무 사라는 직업의 틀 안에서 시인으로 또 작곡가로, 어 떻게 그 경계를 넘나들었을까? 김 법무사는 1956년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14세 에 가족과 함께 서울로 상경했고, 어린 나이에도 생 계를 위해 사회로 나와야 했다. 공장생활을 하며 하 루하루를 버텨내던 그에게 배움은 늘 야간과 독학의 몫이었다. 세월이 흘러 군 복무를 마치고 결혼해 가장이 된 그는, 철도공무원 등을 거쳐 1987년 7급 검찰사무직 에 합격한다. 검찰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삶은 늘 분 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저는 장래 시인이 되거나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시를 공부하며 16세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써왔고, 서툴게나마 자작시를 계속 써왔습니다. 순간 적으로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을 짧은 시의 형식으 로 노트 한 귀퉁이에 적어 놓곤 했는데, 시를 쓴다기 보다는 제 삶을 기록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방식에 가 까웠죠.”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축적 된 내면의 힘이 배어 있었다.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바쁜 법무사 업무를 이어가면서도 그는 글쓰기를 놓 지 않았다. “하루 종일 사람들 간의 분쟁과 갈등을 마주한 뒤, 글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 을 겁니다.” 어쩌면 시(詩)는 그에게 취미가 아니라, 법무사의 법무사가 사는 법 법무사 시시각각 법무사가 되고서도 놓을 수 없었던, ‘시인(詩人)’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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