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3월호

50 삶을 지탱해온 마음의 ‘균형추’였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본격적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21년 가 을이었다. 예순다섯이라는 나이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 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무렵 어린 시절의 가난과 배움에 대한 갈증, 검 찰공무원으로 보낸 세월, 그리고 법무사로 살아온 시 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틈틈이 적어 두었던 글들을 모 아 총 3권 분량의 자서전을 집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래도록 마음속에만 간직해 두었던 첫 시집의 꿈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이 제 삶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나만의 언어로 창작 한 시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시집에 대한 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이듬해인 2022년, ‘서울시인협회’에 등록하고, 『월간 시인』 2022년 1월호와 6월호에서 창작시 각 2 편과 3편이 추천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연이 어 첫 시집 『그리움을 향한 평생 보고서』를 펴냈다. 『그리움을 향한 평생 보고서』라는 제목에 담긴 ‘그 리움’과 ‘보고서’는 어떤 의미일까? “제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 젊은 날의 꿈, 그리고 스무 살 무렵부 터 그리워했고 지금까지 평생 내 곁을 지켜준 아내, 자연과 가곡, 우리말과 시에 대한 애정 역시 모두 그 리움의 다른 얼굴입니다.” 그는 ‘그리움’이 자기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보고서’라는 단어는 공직 생활과 법무사로 살아 오며 가장 익숙하게 사용해온 단어입니다. 그 모든 삶의 대상을 시라는 언어로 묶어, 아내와 독자들에게 보고하듯 건네고 싶었어요. 제 인생을 정리해 보고하 듯 남기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첫 시집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 았다. “초판에서 산문을 빼고 61편의 시에다 새로 쓴 시 62편을 더해 온전한 시집으로 개정증보판을 펴내고 싶어요. 지금 준비 중입니다.” 시인에게 첫 시집은 완성이 아니라, 다음 길로 나 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첫 시집을 발간하고 시작(時作)에 열정을 쏟던 김 법무사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자 신의 시에 곡을 붙여 한국가곡을 작곡하는 일. “어릴 때는 동요나 옛 가요밖에 몰랐지만, 스무 살 무렵 아내를 만나면서 우리 가곡과 클래식, 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와 젊은 날 써 두었던 글들 가운데 운 율이 살아 있는 시를 골라 가곡으로 만들었어요. 한 국가곡은 가사가 대부분 시로 이루어져 있고, 한국적 인 정서와 리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수예술의 결정 체란 생각입니다.” 김 법무사는 작곡가로서의 전환점을 또렷이 기억 하고 있었다. “2022년 첫 시집을 출간하고 나니, 제 시에 직접 곡을 붙여 가곡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 2023년 봄부터 작곡 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 고, 피아노도 배우기 시작했죠. 그 노력 끝에 그해 6 월 19일, 첫 가곡 「봄꽃 편지」의 악보를 완성했습니 다. 제 손으로 만든 첫 창작 가곡을 세상에 내놓은 순 간이었죠.” 그렇게 그는 모두 43곡의 한국가곡을 작곡했다. 그 중 「사모곡(思母曲)」은 홀로 육남매를 키우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께 바치는 헌정곡이다. 이 곡은 지난 2024년 6월 24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무대 에서 바리톤 송기창의 가창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한국가곡의 뿌리와 정신을 기록하는 작곡가 예순다섯, 더는 미룰 수 없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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