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3월호

08 어딘지 서툰 말투로 전화하신 분이셨다. 대뜸 ‘이전할 건데 서류 뭘 준비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셨지만, 이상하 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통화하고 약 일주일 후 방문하신 의뢰인은 전라북도에서 올라온 분이셨다. 들고 오신 오래된 봉투 안에는 한 뭉치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얼핏 보니 7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작성되었던 서 류들로 거의 대부분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분이 이전(상속) 받을 땅을 찾는 작업,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소유라고 가져가 버린 땅을 찾을 수 있는 증거자료(매매계약서)를 찾는 작 업….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옛날 매매계약서들과 확인서, 수 령증 등 오랜 유물 같은 종이들이었다. 얇게 기름먹인 종 이도 있었고, 세월이 흘러 노랗게 변한 종이도 있었다. 한 지에 쓰인 계약서가 오래되어 찢어진 부분이 있었으나 기 록들은 모두 온전히 남아있었다. 한문은 모두 흘림체로 쓰여 있어서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었다. 도움을 받아야 할 동기 법무사님을 떠올리며 열심 히 사진을 찍고 스캔 받았다. 자료들 중에는 70년대 등기 신청서와 대장도 있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식을 가진 서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의뢰인분이 찾기를 원하는 계약서 위주로 탐색을 시 작했다. 땅을 매수하는 계약서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띄 었다. 계약 내용을 보니 소재지 주소 토지 일부분을 매매 하는 내용이었고, 금전 대신 백미를 대금으로 지급하는 약 정이었다. 그 옛날 전라북도 한 마을에서 이루어진 계약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위약금 약정과 배액 상환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금전이 아닌 ‘백미 이십오석정’으로 이루어졌 다. 새삼 놀라웠다. 그 당시 세상과 사람들 간의 거래들이. 방문 첫날, 서류를 보느라 점심시간이 지나가자 의뢰 인분이 밥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드시고 오시라 했지만 기어코 사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사무 소 앞 식당으로 향했다. 고등어구이와 알탕을 앞에 두고 드문드문 가족과 땅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아마도 상속 과 관련된 토지와 그 외 땅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드셨던 것 같다. 결국 매매계약서를 두 장 찾아냈지만, 땅의 크기와 매 수인 이름이 달라 의뢰인분이 생각하는 그 땅은 아니었 다. 다행히 상속받을 땅의 소재지는 찾을 수 있었다. 상속 등기는 바로 진행하기로 하고, 따로 찾고 싶었던 땅에 대 해서는 의뢰인분이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계약서를 찾더라도 너무 오래 전 계약이라 소유권을 회복하기 어렵겠지만, 만약 가지고 오신다면 성심껏 도와 드릴 생각이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백미 이십오석정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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