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편집위원회 레터 필자는 광주광역시 등기국 앞에서 사무실을 운영하 고 있다. 광주광역시뿐 아니라 광주전남의 시골 마을 구 석구석 사건까지 모두 수임하는 것이 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된다. 사 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사람을 워낙 좋아했던 나는, 이 직업을 가지면서 오히려 정반대의 성 향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쓰다 보면 세상 좋은 법무사처럼 들릴 테지 만,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법무사라면 아실 것이다. 아무 리 업무적으로만 대하려 해도, 마음에 걸리는 의뢰인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무엇이 힘든지 털어놓는 그 눈빛에서,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의뢰인을 마주할 때가 있다. 슬며시 올라오는 감 정을 조용히 내려놓고 그 업무를 맡아, 그분들을 다독이 며 일하는 것이 다반사다. 법무사와 의뢰인으로 만났지만, 그 관계 안에서 내 가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을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사 건이 마무리된 뒤에는 가장 고마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법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린 것은 맞지 만, 돌이켜보면 내가 마음의 위로를 받 은 날이 더 많았다. 어쩌면 서로가 서 로를 치유하는 관계이지 않았을까. 한 시골 마을회의 등기를 도우며 몇 달간 제집처럼 드나들었더니 마을 회관 할머님들이 드시던 점심을 기꺼이 내어주신 일, 종 중 업무를 도와드리다 댁 앞에 내려드렸더니 하루 종일 고생했다며 꼬깃꼬깃 저녁값을 손에 쥐여주시던 기억, 한정승인 사건을 맡아 함께 울고 웃으며 지냈더니 어 느 날 사무실로 도착해 있던 원물 새우, 분실하신 필증 때문에 댁을 방문해 확인 서면을 받고 돌아오는 길, 두 손이 가득 차도록 챙겨주신 그 마음. 공탁 정정 이후 2년째 빠짐없이 안부를 물어 오시는, 아직도 정정하신 서울 선생님(건강하세요!), 5년째 여러 건의 민사사건을 맡기며 어느새 동갑내기 친구가 되어 버린 의뢰인, 미국인 상속포기를 아무도 맡아주지 않는 다며 우르르 몰려오셨던, 난생처음 겪는 단체 방문이었 지만 더없이 유쾌했던 선생님들, 개인적인 일까지 털어 놓으며 상담을 요청해주시는 대표님들까지. 종이 서류로 이어진 관계들이지만, 그 너머에는 그들 이 살아온 삶과 아픔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함께 나누 며 사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살다 보면 불빛도 별빛도 없는 암흑 같은 날들 이 찾아온다. 그분들이 그러했듯, 그 어둠 속 에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찾는다면, 그가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필자를 찾아주셨던 모든 선생님 들, 부디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예 뻐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나였으면 좋겠다 김여원 법무사(광주전남회) · 본지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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