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2월호

직하지 못하다며 소를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그녀도 깊 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게 되었다며 소를 취하해 달 라고 하고는 돌아갔다. 살해된상간녀, 손해배상청구사건소송승계 그날은 너무 늦어서 이튿날 소 취하서를 제출하기 로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출근 전부터 그녀로부터 전화 가 걸려와 “신문 보셨느냐?”고 물어왔다.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니 2건의 기사가 보였다. “기업체휴게실남녀피살 ‘치정에의한원한살인’ 결론” “OO서남녀피살…전애인이살해뒤자살(종합)” OO군 한 제조업체 식당 옆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남녀가 피살되고,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 성이 인근 야산에서 음독자살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흉기로 피살된 남녀가 6개월간 동거한 사실 혼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두 사람 다 목을 흉기에 찔렸으며 온몸에 방어흔이 있는 것으로 비추어 치정에 의한 원한 살인으로 결론 냈으나 핵심 피의자가 사망함 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끝낼 전망이라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남편의 소재를 파악해 보라고 급하 게 일렀다. 다행히 남편은 연루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 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소를 취하하지 않고 그 자녀들 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오히려 이 같은 상간녀의 행 적을 볼 때, 착한 남편을 꾀어내 가정을 파탄시킨 책임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뜻이었다. 나는 더 말려 보려고 했지 만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취하서를 넣을 수 없었다. 결국 그동안 심리된 사건들의 쟁점들은 자녀들에 대한 책임승계의 문제로 소는 변질되었고, 한 차례의 변 론을 더 거쳐 2015.11.5.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상간녀 의 자녀 2명에게 각 150만 원씩, 총 300만 원을 물어주 라고판결했다. 그리고 판결 이유에서 “▵원고와 남편이 이혼한 사 실, ▵피고가 원고의 남편이 혼인 중인 것을 알면서 모텔 출입을 한 사실, ▵원고의 얼굴 부위를 우산으로 가격하 여 상해를 입힌 사실, ▵피고가 소송 계속 중 사망한 사 실 등을 확정하고, 원고 부부의 혼인 관계가 피고로 인해 파탄에 이르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원 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하면서도,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는 피고와 원고의 남편이 3회 이상 간통하였다는 점은 원고 남편의 일방적 진술만으로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만한증거가없다며인정하지않았다. 나는 고인의 자녀분들이 맞이했을 당혹감에 항소 를 말렸으나, 그녀는 항소를 원했고, 항소심은 그녀의 항 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법원의 태도는 앞서 본 간통죄 위헌소원 사건의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의 변 화된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 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 산됨에 따라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 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 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 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여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 지되고 있다. 또한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 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 울산지방법원 2014가단 30918손해배상(기) • 울산지방법원 2015드단 2089 손해배상(기) ※ 이 글은 민생현장에서 체험한 법 제도의 기능 실태와 민·형사상 연관 문제를 조명한 것으로,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 나명예를훼손할의도가없음을밝힙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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