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2월호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심장을 두근거리 게 한다. 설송도, 세상과타협않는대쪽성품담아 「설송도」는 담백하고 고아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화면 가득 두 그루의 소나무가 클로즈업되어 있다. 한 그루는 화면의 중심에서 위를 향해 곧게 뻗어 있고, 다른 한 그루는 옆으로 비스듬히 눕혀서 교차되도록 그 렸다. 특이하게도 소나무의 윗부분을 과감하게 잘랐다. 이로 인해 소나무의 곧고 힘찬 모습이 더 잘 살아 난다. 그림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이인상의 대 쪽 같은 성품이 느껴진다. 바위는 짙고 연한 먹으로 순박하게 그렸다. 바위 사이로 소나무의 뿌리가 성글게 노출되어 있다. 중앙에 곧게 뻗은 소나무는 늠름하다. 짙은 색의 먹으로 거친 나뭇결을 그렸고, 세밀하게 잎을 묘사했다. 흰 눈이 가지 위에 쌓여 희뿌연 막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왼쪽에서 휘어진 소나무는 화면에 변화를 준다. 배경에는 눈이 내리는 중이다. 볼수록 운치가 있다.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설송도」가 제일이다. 기교보다는 문기와 격조가 살아 있다. 그의 문인화는 꾸 밈이 없다. 심심하리만치 평담하다. 그럼에도 가슴 깊이 파고든다. 이인상은 타협할 줄 모르는 완고한 성품으로, 시린 인생을 살았다. 세월이 흐르고, 그도 곧은 소나무처럼 꼿꼿한 면만 내세우지는 않았다. 때로는 휘어진 면도 있 어야 세상살이가 조화롭다는 것을 안 것 같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이다. 천을산의 찬 기온이 맵 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소나무는 굳건해서 좋고, 세월의 무게만큼 휘어진 소나무는 멋스러워 좋다. 사람도 세월 의 흔적에 휘어지고 움츠러든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새해에는 눈송이에 가지를 내어주는 「설송도」 의 소나무처럼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인상, 「설송도」, 종이에수묵, 117.2×52.6㎝,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소장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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