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월호

평화는 ‘일상의폭력’이사라진상태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평화는 전쟁의 예방과 부재 로만 실현되지 않는다. 평화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매일 경험하는 일상에서 공격, 억압, 강요, 제재 등이, 다른 말 로 ‘폭력’이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폭력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모든 일을 말한다. 개인이나 집단 누구든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 또 폭력은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것을 수단으로 가해질 수 있다. 최근 「D.P.」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히트를 쳤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보도가 나와서 자연스럽 게 내용을 알게 됐다. 드라마를 보고 군대에서 목격하고 당했던 폭력을 기억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군 대에서 발생하는 폭언, 폭행, 따돌림 등은 우리 사회 모 두가 알고 있다. 그것을 폭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폭력은 병사 개인 사이의 문제로 드러나지만 사실 근본 원인은 구조다. 폭력적인 내무반, 군대, 그리고 국가 의 구조다. 군대처럼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집단에서만 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폭력을 대 면할 수 있다. 직장에서 후배에게 내뱉는 폭언,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 상사의 점심 메뉴 강요 등도 폭력이다. 개인 사이의 문제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의 자 유보다 위계질서와 집단결속을 강조하는 폭력적 구조에 서 비롯된 것이다. 대가족 내에서 여성들에게만 부엌일 을 강요하고, 아이의 문제 제기를 불손한 말대꾸로 취급 해 무조건 어른 말을 들으라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다. 이 것 또한 사소한 가정사로 보이지만 사실은 성인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가족구조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구조로부터 비롯되고 구조가 매개가 되는 폭력을 ‘구조적 폭력’이라 부른다. 보통 구조적 폭력을 얘기하면 사회를 떠올리지만, 대가족이나 직장, 마을, 종교집단, 동 호회 등에도 구조적 폭력은 존재한다. 인간이 속한 모든 집단에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 구조적 폭력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잘 지적하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는 건 힘들기 때문에 개인이 구조에 적응하는 게 덜 스트레스를 받고 더 현실 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군대에서 대다수 병사가 부당 함과 폭력을 알면서도 군대에 적응하는 선택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구조가 개인에게 공격, 억압, 강요, 제재를 가하는 것이 폭력의 근본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적 구조 를 정당화하는 문화의 문제가 있다. 위계질서와 집단 내 조화를 강조하는 문화,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성을 우위 에 두는 문화,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 및 군대를 우선시 하는 문화 등이 그렇다. 이런 문화는 다양한 철학, 이론, 사상, 사회적 담론, 종교적 가르침 등을 통해 강화되고 확산된다. 이렇게 문 화를 매개로 가해지는 폭력을 ‘문화적 폭력’이라 부른다. 많은사람이평화를 전쟁이없는상태로이해한다. 아주틀린생각은아니다. 하지만전쟁의부재는최소한의조건일뿐, 평화는전쟁의예방과부재로만실현되지않는다. 평화는우리가사는사회와 매일경험하는일상에서 공격, 억압, 강요, 제재등이, 다른말로 ‘폭력’이사라진상태를말한다. 법으로본세상 27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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