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2월호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의뢰인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살펴보니 장녀의 모란에는 이모가, 차녀의 모란에는 친모가 각 기 재되어 있었다. 친모가 아닌 다른 이가 모로 기재된 경 우는 필시 무슨 사연이 있기 마련이라 상세한 사연은 차 차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친자관계 소송을 위한 관할을 정하기 위해 재판 관련 가족 등의 주소지와 재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소송을 하려면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의뢰인은 자신의 직업이 선장이라 출항하기 전 딸과의 유전자검사를 하고 가면 된다고 했 고, 나머지는 “아내를 보낼 테니 모쪼록 잘 부탁드린다” 며 여러 차례 당부를 하고는 돌아갔다. 며칠 후 의뢰인의 아내가 필요한 서류를 들고 찾아 왔다. 이번에는 아내의 사연을 들어볼 수 있었다. 아내는 완고한 부모 아래에서 성장해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아 버지가 정해준 남자(전남편)와 결혼하고, 슬하에 아들 1 명을 두었다. 그런데 남편의 구타와 행패, 술주정으로 인해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폭행을 피해 친정으로 가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단호하게 돌려보내 야속하기만 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참고 버티며 살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아들에게 “엄마랑 함께 집을 나가자”고 했지만, 아들은 “가지 않겠다”고 하여 홀로 집 을 나오게 되었다. 두고 온 아들이 눈에 밟혔지만, 돈을 모으면 데리러 갈 요량으로 공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노총각이었던 현 남편(의뢰인)을 만 났다. 그의 계속된 구애에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 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정이 들어 동거를 하게 되었 고, 큰딸을 낳았다. 그런데 당시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여서 부득이 자신의 여동생이 출산한 것으로 출생신고를 하 였다. 이후 전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이혼을 했고, 의뢰인과 혼인신고를 하였다. 그래서 둘째 딸은 친 모를 바르게 기재할 수 있었다. 그간의 사연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필자는 친자관 계소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소송을 하게 되면 전남편에게 소장부본이 송달될 거라는 사실 도 일러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전남편이 자신의 주소를 알게 되면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도 모른다며 몹시 걱정 을 하였다. 사망한 전남편에 대한 판결이 빠지다니! 의뢰인과 그 아내분의 걱정은 뒤로하고 필자는 본 격적인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아버지(의뢰인, 이 하 ‘갑남’이라 함)와 딸, 엄마와 딸이 각각 유전자검사를 진행하였다. 유전자시험성적서가 나오자 원고를 엄마 (이하 ‘병녀’라고 함)로, 피고를 딸(이하 ‘정’이라 함)과 이모(이하 ‘무녀’라고 함), 전남편(이하 ‘을남’이라고 함) 까지, 3명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장을 작 성하였다. 을남에 대한 가족관계등록 서류 등은 발급받을 수가 없어서, 소장 말미에 을남에 관한 서류 발급을 위 한 보정명령을 해 줄 것을 기재하였다. 소장 접수 후 기재해 두었던 대로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받았다. 곧바로 을남에 관한 서류를 발급해 보았는데,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전남편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원고에게 전남편이 사 망하였으니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자, 안 도할 줄 알았던 그녀는 죽음 앞에서 연민의 정을 느꼈 는지 의외로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두고 온 아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보정서를 작성하여 사망한 을남에 관한 서 류를 제출하고, 아울러 ‘피고3. 을남에 대한 부분을 취 하’하는 소일부취하서와 청구취지 중 ‘피고 을남’ 부분 을 ‘망 을남(501013-0000000, 등록기준지 부산 영도 구 ○동 ○번지)’로 하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각 제 51 나의사건수임기 현장활용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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