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2월호

영화다.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막상 가장 가 까운 곳을 되돌아보면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가족 모임에 서 장남 혹은 장손을 먼저 챙기고, 제사 음식은 여성이 차리고, 제사상에 절은 남성들만 하는 유교의 습성들이 남아 있다. 정승오 감독은 이제는 모른 척하지 말고, 남성과 여 성이 함께 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부장제에 젖어있는 이들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철없는 막내아들을 꾸짖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결국 투닥대며 맘에 생채기를 냈지만, 비 오는 늦 은 밤, 나란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서로에게 위 안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부장제의유령과작별하기 사실 비틀어진 세상은 굴곡 된 시선을 고쳐가는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평평해지고 있다. 그리고 평평해 진 거울은 세상을 올바르게 비추게 된다. 「이장」은 우리 누이의 삶에 가장 가까운 여성들을 중심에 두고 현재 형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말을 거는 영화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차별받는 여성 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아껴야 할 나의 가족이라 생각하 면 변화의 시작도 쉬워질 것이다. 소란에 가까운 하룻밤을 지내고 겨우 이장을 위한 제사 자리에서 장남은 사고로 다쳐 병원에 실려 간다. 결 국 장녀 혜영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는데, 이 장면은 무척 상징적이다. 「이장」은 사실 오랜 시간 표현하는 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치지 못한 남성들도 유교시대를 지나온 가여운 사람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입을 닫은 옹고 집처럼보이지만이른새벽큰아버지는자고있는가족들 이추울까봐혼자조용히군불을때는따뜻한사람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휴대폰 속에는 딸들에게 보내 려다 보내지 못한 문자 메시지가 있다. 마당에 꽃이 피었 다며 항상 자랑스럽고 잘해줘 고맙다고 쓴 글 끝에 동백 꽃 사진이 담겨 있다. 「이장」은 몇 가지 장치로 죽은 아버지를 가족들의 곁에 둔다.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에 찍힌 동백꽃 사진은 폐가에서 혜영의 아들 동민이 발견해 안고 잠들었던 그 동백꽃과 겹친다. 아주 눈썰미가 좋은 관객들은 눈치챘겠지만, 가족 들이 머물던 자리인 휴게소, 매표소, 화장터에는 같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다섯 남매 아버지의 유령 같다. 마침내 금기처럼 여겨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었던 큰딸의 제사상을 받아보았으니 이제 아버지도 맘 편히, 그렇게 가부장제의 유령과 작별하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유학파인사람도유교파가되는게 “며느리가생기면 한국의시부모들이야.”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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