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9월호

아픔을보는아주신중한시선 「더 파더」 기억의상실과두려움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분)’는 런던에서 평화롭게 삶을 보내고 있다. 무료한 일상 속 안소니를 찾아오는 건 딸 ‘앤(올리비아 콜맨 분)’뿐이다. 그런데 앤이 갑작스럽 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안소니는 앤이 자신의 딸인지 헷갈린다. 안소니와 앤의 기억이 뒤섞여 가면서 안소니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을 점점 더 의심하기 시작한다.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미래까지 한 번에 잃어버리는 것 이다. 기억을 지우는 병,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들은 아 무리 노력해도 그간 쌓아온 시간이 무너지는 것 을 막아볼 도리가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과거와 가족이 누구인지 잃어버리는 것은 물 론, 앞으로 무엇을 더 잃어버리게 될지 결코 나 자신은 모른다는 것은 두렵고 잔인한 일이다. 기억이 사라지면 어쩌면 나 자신도 함께 휘발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플로리랑 젤레르의 희곡 「아버지 Le Père」를 원작으로 한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더 파더」는 기억의 혼란 최재훈 영화평론가 · 칼럼니스트 사건을 기록하는 이야기는 역사가 되지만, 사람을 기억하는 이야기는 예술이 된다. 예술작품 중 영화는 필 름을 통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억하며 등장인물의 마음과 관객의 마음을 이어준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과 닿아있는 만큼, 관객 들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있 다. 특히 그래서 아픈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영화는 조 금 더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그들의 통증을 다뤄야 한다. 여기 신중한 목소리로 통증의 시간을 겪어야 하는 사람 을 말하는 영화가 있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더파더」(2020) - 감독 : 플로리안젤러 - 출연 : 안소니홉킨스(안소니역), 올리비아콜맨(앤역) - 볼수있는곳 : 웨이브, 티빙 (각각개별구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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