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0월호

업무 관계로 수년간 알고 지내는 A 건설업체의 대 표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자신의 현장에서 일하는 직 원 중 한 명이 전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매번 울분을 토하고 있는데, 나에게 상담을 한 번 해봐 달라 는 것이었다. 그렇게 채무명씨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채무명씨는 현재 A사의 건설 현장에서 관리 업무 를 맡고 있는 직원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경험과 인맥 으로 알음알음 현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고 있는, 평범하 디평범한 건설노동자였다. 원래 필자는 상담할 때 의뢰인이 결론부터 말하도 록 두서없는 곁가지들을 정리해가며 듣는 편이지만, 이 번에는 채무명씨가 하도 억울해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회사 요구대로연대보증서에서명·날인, 회사 부도후지급명령날아와 채무명씨는 이전 근무하던 회사로 전직하면서 모 든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면담 과 정에서 회사가 의무적으로 서명해야 한다며 여러 서류 를 내밀었는데, 자신은 별생각 없이 으레 그러려니 하고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단다. 설사 무슨 내용인지 알았다 고 해도 취업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취업한 회사에서 6개월 정도 근무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더니 실제 로 잠깐씩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고, 다시 6개월 이 흐른 후에는 채무명씨 집으로 ‘지급명령’이라는 것이 날아들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회사의 물품계약 건에 연대 보증을 했으니 연대보증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어요.” 무슨 일인지 놀란 채무명씨는 회사에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갑자기 사장까지 나타나서는 “채무명씨 덕에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 너무 고맙다. 더 큰 역할을 기 대하고 있다”며 난데없이 칭찬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데, 채무명씨는 그 칭찬이 싫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마치 회사의 중요 인물이 된 것 같고, 다른 직원들도 우 러러보는 것 같아서였다. 채무명씨는 더 이상 문제를 따져 묻지 않은 채, 사 장이 “지급명령은 회사에서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말라” 며 지급명령서를 가지고 가고, 법원에서도 별다른 연락 이 없어 회사에서 모든 걸 잘 처리한 줄 알았고, 현장 공 사가 마무리되자 퇴사해 현재의 현장으로 전직했던 것 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입니까?” 필자는 참지 못하고 채근했다. 채무명씨는 이제 곧 본론이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귀가하니 아내가 내용증명이 왔 다며 건네주는데, 보니까 강제집행 들어가기 전에 예전 에 지급명령한 연대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 다. 그런데 그 금액이 수천만 원이더라고요.” 채무명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전 회사 사 장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니 걱정말라고 하지 않았던 가. 그는 사장이 약속했으니 자신의 전화 한 통이면 모 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애써 불안을 달래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으 로 전 회사의 동료에게 전화해 물어보았더니 회사가 부 도나서 모두가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야 채무명씨는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 각에 가까운 법무사사무소를 방문했고, “자세한 내용은 연대보증서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보증서에 서명·날인 을 한 이상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날부터 채무명씨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 렸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수천만 원을 변제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너무 억울해 병이 날 지경이 었다. 그런 자신을 보다 못한 현 회사의 사장님이 “잘 아 1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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