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결국 책임의 문제만 남게 될 것이다. “이 회사의 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만 발급받으면 본점이 서울 강남구에서 판교로 이전한 것만 나옵니다. 본점을 이전하면서 폐쇄된 서울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만 발급받아 보아도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일이 꼬이려고 해서 그런지 저희 쪽에서도 놓쳤고, 구청의 담당자도 놓 쳤습니다.” K실장이 다시 물었다. “법무사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아까 통화에서도 의견을 드렸듯이,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겠습니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K실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리 듯 말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네. 그러니 구청 담당자도 놓쳤구나.” 그러자 옆에 있던 세무사가 말했다. “자회사의 증자이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홀딩스의 재무실에서 증자 전 등록면허세에 대해 검토했고, 그룹 CFO에게도 보고한 바 있습니다. 회사도 비중과로 판단 했습니다. 인베스트를 처음부터 설립해서 관리해 오던 것도 아니고, 2년 전 경영권을 양도받았기 때문에 회사 가 본점을 어디서 어디로 옮겼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습 니다. 당연히 법무사님과 같이 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만 보고 판단했습니다.” 그러자옆에있던법무팀변호사도동조하듯말했다. “사건이 났으니 추적 조사한 것이지, 사전에 이런 걸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위기가 예상 밖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회사라면 법무사가 이런 것도 확인하 지 않고 일을 하냐며 큰소리가 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 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라고 할 터인데, 오히려 참석자 들이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고,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식으로 위로하듯 말하고 있는 것 이 아닌가. 나는 뭔가 감동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해서 조용히 있었는데, K실장이 결론을 내렸다. “이 부분은 우리가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닙 니다. 그룹 CFO께 보고하고, 그 결정에 따라 어떻게 할 것인지 법무사님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시간은 3시쯤 될 것 같습니다.” 인사를 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나를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은 회의를 계속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발걸음 이 무거웠다. 사무실 문을 열자 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모 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동료 법무사가 어떻게 되었냐 고 물어서 3시쯤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3시에 K실장이 전화를 했다. “먼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법무사님도 홀딩스 차원에서 증자등기와 관련한 등록면허세 등을 검토했다 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지요?” “네, 등록면허세가 10억 원(비중과 또는 30억 원 중과) 정도 되었으므로, 사전에 회사도 면밀하게 검토했 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K실장은그럴줄알았다는뉘앙스로말을이어갔다. “법무사님이 나가고 담당자들이 회의를 계속했습 니다. 우선 법무사님이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지 않고 책 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하신 것을 높이 샀고, 회사가 사전 검토한 것을 아셨을 텐데도 이에 대해 일절 언급하 지 않아 회의 참석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룹 CFO께 그런 회의 과정을 보고했고, 사건의 전후 과정과 관련 법률 등을 들어보시고는 가산세 등 일 체의 관련 세금을 회사가 부담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회사의 결정에 감동한 나는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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