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만약 심호흡에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렵다면, 아몬드와 같은 딱딱하고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온 감각을 집중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소리가 나고, 어떤 맛이 나며, 혀에서 어떤 질감이 느껴지는지 살피다 보면 붕 떠 있던 마 음이 금세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테 다. 2. 내감정으로부터거리두기 예고 없이 치솟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팁이 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을 영화처럼 취급해 그 영화 의 관객이 되어보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주인공이 여러 일을 겪으 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과정을 관객석에 앉아 그저 관전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나 자신의 모 습이 저 멀리 영화 스크린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하 며 관객석에 앉아보자. 신인배우인 듯한데, 왠지 모르게 얼굴이 꽤나 익숙한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가 어떠한 감정을 겪고 있고 그 맥락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두 번째는 내 마음을 주차장처럼 여기는 방법 이다. 주차장에는 매일 수많은 자동차가 오간다. 어 떤 자동차는 잠깐 왔다 가고, 어떤 자동차는 며칠씩 머무를 때도 있다. 또 어떤 자동차는 너무 자주 찾아 오고, 어떤 자동차는 아주 가끔 온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다양한 감정이 하나하 나씩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자리를 차지했다가 어느 순간 제멋대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마음 주차장’의 경비원이 되어, 오 늘은 또 어떤 감정 자동차가 들어왔고 떠나갔는지, 어떤 감정자동차가 잠시 있다 갔고, 유독 오래 주차했다 갔는지 등을 세세하게 관찰해보는 것이다. 별안간 소동을 일으키고 싶어 경적을 울려대는 감 정 자동차가 있어도 집중력을 잃지 말도록 하자. 여기서 중요한 건 내 감정으로부터 스리슬쩍 멀어질 뿐이지, 감 정을 억누르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억제된 감정은 오히려 나중에 폭발하듯이 분출되어 더 큰 문제를 일으 킨다. 어떠한 감정이든 숨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 아들인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3. 내감정을정확하게인식하기 자, 마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객관적으 로 바라보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면 이제 내 마음을 괴 롭히는 감정이 정확히 어떠한 감정인지 그 정체를 파악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다. KBS 2TV의 「대화의 희열2」에서 김영하 작가는 자 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짜증 난다’라는 표현을 금지 시켰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감정을 한데 뭉뚱그린 표현 인 ‘짜증 난다’ 대신 ‘서운하다’, ‘놀랍다’, ‘억울하다’, ‘속 상하다’, ‘황당하다’ 등의 더 섬세한 언어를 사용함으로 써 더욱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기쁜 소식. 이 글을 읽고 있는 여 러분은 언어 표현을 통한 감정 인식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다. 왜냐하면 한국어만큼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 한 언어는 또 없기 때문이다(‘시원섭섭하다’를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어떤 것 인지, 다음 표를 통해 한번 확인해볼까. 물론 이 표에 없 는 감정 표현도 당연히 많으므로 기타란에 직접 추가해 도 된다.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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