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2080 형 R&B’가 탄생했다는 평이 오갔다. 독자적인 매력과 더불어 뮤직비디오도 노 래의 인기에 풀무질을 했다. 차은택이 메가폰 을 잡고, 김현주와 이범수, 대만 배우 장첸(張震, Chang Chen)이 주연한 뮤직비디오는 당시 유 행하던 드라마 형식으로 꾸며졌다. 나얼이 카메오로 잠깐 나오긴 하지만, 뮤 직비디오에서도 두 멤버는 철저히 모습을 숨겼 다. H.O.T.의 「빛 (Hope)」, 스카이(Sky)의 「영 원」, 조성모의 「To Heaven」 등 드라마처럼 만 든 뮤직비디오들이 대체로 물량 공세와 자극적 인 연출에 의존했던 반면, 「벌써 일 년」은 차분 한 연출로 주인공들의 관계와 감정을 나타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뮤직비디오는 노래가 보유 한 부드러운 결, 애틋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 달하는 매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요계의새로운트렌드, 미디엄템포발라드의시작 한 음원 플랫폼에서 「벌써 일 년」은 20주 이상 1위를 지켰다. 노래가 크게 히트함에 따라 브라운 아이즈의 첫 앨범은 발매 5개월 만에 70만 장 넘게 판매됐다. 브라운 아이즈는 ‘엠넷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 ‘신인 그룹’ 부문을 수상하는 등 기쁜 날들을 누렸다. 사실 브라운 아이즈는 신인이 아니었다. 나얼과 윤건은 각각 R&B 그룹 ‘앤썸(Anthem)’ 과 ‘팀(TEAM)’으로 활동했다. 두 그룹 모두 아 쉽게도 소수 흑인음악 마니아에게만 이름을 알 리는 데에 그쳤다. 그때의 아픈 경험 때문에 브 라운 아이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앨범 판매량이) 5만 장만 넘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첫 출항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던 이들이 music 브라운 아이즈로 만선의 꿈을 이뤘다. 당시 브 라운 아이즈의 성공을 두고 매체들은 ‘신비주 의 마케팅’이 또 한 번 효력을 발휘했다는 기사 를 내보냈다. 정체를 감춘 점이 사람들의 호기 심을 자극하긴 했다. 하지만 기획과 홍보가 작 품의 품질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윤건이 지은 흡인력 강한 선율, 나얼의 호 소력 짙은 가창이 어우러진 근사한 노래가 없었 다면 대중의 관심은 금방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출시된 지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이가 「벌 써 일 년」을 즐겨 듣는다는 사실이 음악의 힘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윤건과 나얼이 이룬 시너지는 가요계 전 반으로 영향을 넓혔다. 이후 리치(Rich)의 「사 랑해, 이 말밖엔…」,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의 「Sea of Love」, 오션(5TION) 의 「More Than Words」, SG 워너비(SG Wannabe)의 「Timeless」 등 한국 대중음악의 정감을 띤 미디엄 템포의 반주, R&B풍 보컬을 혼합한 노래들이 대거 등장하며 전에 없던 트 렌드를 형성했다. 일련의 노래들은 흑인음악 애호가와 일반 음악 팬을 아우르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형 R&B, 미디엄 템포 발라드의 시작을 「벌써 일 년」이 끊었다. 세대유전 2080 명곡 슬기로운문화생활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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